능력자들… 전우치의 도교적 술법은 유교의 논리 앞에 작아지지만 그래도 도술로 탐관오리나 사대주의자들을 혼내는 건 신난다. 최치원은 유교와 도교의 절묘한 조합으로 중국의 황제마저 꾸짖나니 조선시대 조상들이 중국을 극복하려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 다만 여인의 도움으로 문들을 지나갈 때 분명 세 번째 문은 흰 주머니를 던지라고 했는데 뒤에 파란 주머니를 던져서 뭔가 오류가 있는 게 아쉽다.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빠르게 바뀌는 현실을 따라가기 힘들어서 과거와 환상 속에서 자신만의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블랑시는 설사 그것이 회피와 도피가 버무려진 욕망이라 할지라도 그 욕망 안에서만 숨 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스탠리와 스텔라 역시 건강한 욕망이 아닌 폭력적인 육체적 욕망을 추구한다. 단지 현실에 있다는 이유로 미래로 갈 수 있다니…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