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동 2 - 황태자의 달, 완결
은태경(계란토스트) 지음 / 가하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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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감정이 자리를 잡아버리는 때가 있다. 달이 흔들리던 그 순간... 유성의 마음에 아현이 자리잡았다. 결코 뒷면을 보여주지 않는 달과 같이 사연을 숨긴 채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안쓰러운 여자. 감정을 드러내면 죽거나 다치는 궁궐에서 홀로 외로이 살아남은 유성에게 그 여자는 유일하게 쉬고 싶은 안식처였다. 비록 그녀가 자신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황제의 첩자라 할지라도.

 

어릴 때 그녀가 알던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단 노인이었다. 그녀를 키워주는 부모였고, 무예를 가르치는 스승이었다. 단 둘이 사람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산중에서 살며 그렇게 첩자로 키워진 그녀는 단노인의 죽음 이후 황제에게서 제의를 받는다. 부모를 보고 싶으면 황태자 곁에서 그를 감시하라.

 

이무도 모르게 자신의 형과 형수인 황제와 황후를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유백은 남들이 의심할까 그 당시 한 살이던 유성을 죽이지 못했다. 자식이라고는 후궁에게서 낳은 악독한 궁주 한 명이 전부인 유백은 유성이 황태자 자리에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실패하는 유성을 암살하고자 하는 시도.

 

한 번 지펴진 증오는 거대한 산을 태울만큼 강렬했고, 한 번 느껴버린 사랑은 한 생애 전체를 흔들만큼 거대했다. 사랑한다, 은애한다, 죽지마라... 이런 말들을 채 내뱉지 못하고 서로를 마음에 담았던 그들 앞에 있는 시련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우리의 남주는 강하니까, 우리의 여주는 또랑또랑하니까 행복해질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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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2
진해림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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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내려진 축복.. 망각.

 

사람은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 만약 살아온 날들을 전부 잊지 못하고 기억하게 된다면 삶은 훨씬 더 고통스럽고 무거워질 것이다. 그래서 도유에게 내려진 저주는 실로 처절하고 끔찍한 일이었다. 저주는 무참했다. 기억해야 할 사랑하던 순간들은 배신의 상처로만 기억될 뿐. 잊혀지지 않고서 말이다.

 

사랑하였기에 행복했건만, 행복을 가르쳐 준 사랑은 놀리듯이 행복을 빼앗아버렸다. 사탕이 단 줄 모르고 살던 그에게 사탕이 얼마나 달콤한지 맛을 보여주고 각인시켜 놓고 욕심내게 해놓고 사탕에 독을 발라놓다니... 독이 든 사탕을 삼킨 까닭에 도유는 련을 찾아 헤매이며 그녀를 죽이기 위해 칼을 간다.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힘을 타고 났지만 스스로를 숨기며 살던 련은 달콤한 사탕이었다. 움켜쥐고 있어도 사라질 것만 같던 분위기를 가진 그녀는 극단의 상황에서 스스로를 가뒀다. 기억하리라. 사랑하는 그 사람만 아프게 하지는 않을거라고.

 

삼백 년의 시간을 돌고 돌면서 사랑은 잊혀져 갔다. 그 애틋하고 아름답던 순간들은 배신감으로 인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대체되어 먼지처럼 날아갔다. 남은 것은 사랑하던 순간들이 아니라 사랑을 배신했다는 잘못된 진실의 잔상들 뿐...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어그러지고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련은 진심을 다해 도유를 사랑했다. 그랬기에 자신의 몸에 화인을 새겼다. 사랑하는 이를 아프게 했다는 죄책감과 그를 혼자 두고 싶지 않다는 절실한 마음이 담긴 화인을. 그리고 그녀는 끊임없이 죽임을 당할 때마다 기억해냈고, 사랑하는 이를 눈에 담고 속죄의 눈물을 흘렸다. 이제 그가 편안해지기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탐내던 련의 이복오빠의 집착은 실로 무서운 것이었다. 물론 누구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는 게 좀 맥이 빠지긴 했지만.

 

역경과 고난으로 담금질 되지 않아도 빛이 날 그들의 사랑이건만, 시련은 계속된다. 오해는 풀리지 않고, 이유가 있는 배신 아닌 배신으로 괴로워한다. 결자해지라 했던가. 이런 안타까운 상황들의 당사자들은 모두가 매듭을 풀기 위해 희생하게 되고...

 

그들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삼백년의 복수가 끝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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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宮 27
박소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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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두 사람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나름 행복한 선택을 하려고 하는 거 보니 흐뭇했다.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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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관람차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7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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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딱히 일본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의 내면 세계의 내면 세계에, 다른 사람의 내면 세계까지 동원해서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닫고, 그러고는 열린 결말...

 

나는 그런 식으로 상황을 얼버무리는 게 싫었다.

 

지난 주말 외할머니 제사 때문에 외갓집 친척들이 다 모였다. 수원에 큰외삼촌 집이 있었기에 부산에 사는 우리집 가족은 보통 엄마랑 아빠만 제사에 참석하곤 했다. 이번엔 마침 내가 서울에 있었기에 나도 제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외갓집 식구들이 모이면 조금 웃긴다. 뭔지 모를 위화감이 얇게 깔려 있어서다. 큰외삼촌은 일단 집안에서 대단한 존재다. 벌써 연세가 80이신데 서울대를 나오셨다. 그러니 존재 자체가 대단하신 분이고, 이모집 아들 딸들은 -나한테 사촌 오빠, 언니- 세상에서 말하는대로 기득권층이다. 반면에 중간 외삼촌 아들은 그저 평범하다. 일반 회사에 취직했고, 올케 언니는 간호사. 우리집은 엄마가 막내니까 빼고.

 

나는 이번에 정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을 언젠가부터 갖고 있었는데, 편견 하나를 깨 부수게 된 거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해도 그것만으로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 내가 볼 때 의사인 사촌 오빠보다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사촌 오빠가 훨씬 존재감 있고 행복해 보였다. 엄마가 "일단 잘되고 볼 일이지? 그렇지?"라고 부러운 듯 말씀하실 때 나는 정말 자신감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아니에요, 엄마. 잘 되고 볼 일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아야 해요."

 

이 책을 읽다보니 그 날의 상황이 절로 떠올랐다.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전원주택이 있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오히려 가족을 파괴하고 있었고, 자신을 전처와 비교하면서 경쟁하고 있었고, 고고한 부자들의 동네라는 자존심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런 것들을 지키고 이루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없는 것보다 있으면 더 편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넓어지기 때문에 행복한건데, 사람들은 그걸 잊고 있었다. 그걸 가져서 행복한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어느덧 소망하던 것들이 조금씩 조금씩 자신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었고, 급기야 준코는 트로피로 남편의 머리를 내리쳤다.

 

의사가 됐다고, 변호사가 됐다고, 판사가 됐다고 저절로 행복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직업이 더 행복과 멀어질 수도 있다. 한 사람의 생명, 인생과 관련된 직업이 행복지수를 높여줄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왜 그렇게 사람들은 그런 직업에 목을 맬까... 왜 그런 직업을 가지고 싶어할까. 그건 부와 명예, 권력, 주위의 부러운 시선들 때문이 아닐까. 그런 것들로 과연 자신은 행복할 수 있을까.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다 형부를 보았다. 웃고 있는 형부를 보며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가도 중요한 행복의 척도라는 걸 깨달았다. 형부는 행복해 보였다. 진심으로 이렇게 많은 친척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기꺼워하고 있었다. 아.. 정말 좋은 사람이로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원하는 걸 하면, 그게 밖에서 볼 때 아무리 힘들더라도 자신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신지가 아무 조건 없이 농구를 할 수 있었다면, 그걸 준코가 받아들였다면 그랬다면 끔찍한 살인은 없었을테다.

 

그렇다. 타인의 시선은 결코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이 책은 그런 중요한 사실을 덤덤하지만 빠르게, 인물들의 시선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망을 이야기 한다. 다른 일본 소설과는 다르게.

 

나 역시 내 삶을 행복으로 채우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행복하게'라는 꿈을 목표로 삼으면 시간이 지나 아등바등 본래의 목적을 잃고 주위의 시선에 연연하는 삶을 살다가도 화들짝 놀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욕심을 자꾸 키우기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쁘게 보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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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아민 말루프 지음, 김미선 옮김 / 아침이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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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무참한 살육 따위는 일어나지 않기를... 성스러운 전쟁이란 모순된 말이 역사 속에 되풀이되지 않기를... 그리고 균형적인 시각으로 이 처참하고 비참한 전쟁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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