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관람차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7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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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딱히 일본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의 내면 세계의 내면 세계에, 다른 사람의 내면 세계까지 동원해서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닫고, 그러고는 열린 결말...

 

나는 그런 식으로 상황을 얼버무리는 게 싫었다.

 

지난 주말 외할머니 제사 때문에 외갓집 친척들이 다 모였다. 수원에 큰외삼촌 집이 있었기에 부산에 사는 우리집 가족은 보통 엄마랑 아빠만 제사에 참석하곤 했다. 이번엔 마침 내가 서울에 있었기에 나도 제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외갓집 식구들이 모이면 조금 웃긴다. 뭔지 모를 위화감이 얇게 깔려 있어서다. 큰외삼촌은 일단 집안에서 대단한 존재다. 벌써 연세가 80이신데 서울대를 나오셨다. 그러니 존재 자체가 대단하신 분이고, 이모집 아들 딸들은 -나한테 사촌 오빠, 언니- 세상에서 말하는대로 기득권층이다. 반면에 중간 외삼촌 아들은 그저 평범하다. 일반 회사에 취직했고, 올케 언니는 간호사. 우리집은 엄마가 막내니까 빼고.

 

나는 이번에 정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을 언젠가부터 갖고 있었는데, 편견 하나를 깨 부수게 된 거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해도 그것만으로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 내가 볼 때 의사인 사촌 오빠보다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사촌 오빠가 훨씬 존재감 있고 행복해 보였다. 엄마가 "일단 잘되고 볼 일이지? 그렇지?"라고 부러운 듯 말씀하실 때 나는 정말 자신감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아니에요, 엄마. 잘 되고 볼 일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아야 해요."

 

이 책을 읽다보니 그 날의 상황이 절로 떠올랐다.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전원주택이 있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오히려 가족을 파괴하고 있었고, 자신을 전처와 비교하면서 경쟁하고 있었고, 고고한 부자들의 동네라는 자존심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런 것들을 지키고 이루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없는 것보다 있으면 더 편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넓어지기 때문에 행복한건데, 사람들은 그걸 잊고 있었다. 그걸 가져서 행복한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어느덧 소망하던 것들이 조금씩 조금씩 자신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었고, 급기야 준코는 트로피로 남편의 머리를 내리쳤다.

 

의사가 됐다고, 변호사가 됐다고, 판사가 됐다고 저절로 행복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직업이 더 행복과 멀어질 수도 있다. 한 사람의 생명, 인생과 관련된 직업이 행복지수를 높여줄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왜 그렇게 사람들은 그런 직업에 목을 맬까... 왜 그런 직업을 가지고 싶어할까. 그건 부와 명예, 권력, 주위의 부러운 시선들 때문이 아닐까. 그런 것들로 과연 자신은 행복할 수 있을까.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다 형부를 보았다. 웃고 있는 형부를 보며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가도 중요한 행복의 척도라는 걸 깨달았다. 형부는 행복해 보였다. 진심으로 이렇게 많은 친척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기꺼워하고 있었다. 아.. 정말 좋은 사람이로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원하는 걸 하면, 그게 밖에서 볼 때 아무리 힘들더라도 자신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신지가 아무 조건 없이 농구를 할 수 있었다면, 그걸 준코가 받아들였다면 그랬다면 끔찍한 살인은 없었을테다.

 

그렇다. 타인의 시선은 결코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이 책은 그런 중요한 사실을 덤덤하지만 빠르게, 인물들의 시선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망을 이야기 한다. 다른 일본 소설과는 다르게.

 

나 역시 내 삶을 행복으로 채우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행복하게'라는 꿈을 목표로 삼으면 시간이 지나 아등바등 본래의 목적을 잃고 주위의 시선에 연연하는 삶을 살다가도 화들짝 놀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욕심을 자꾸 키우기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쁘게 보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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