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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이 피부를 망친다 - 최고의 안티에이징 전문의가 밝혀낸 피부에 관한 놀라운 진실
우츠기 류이치 지음, 윤지나 옮김 / 청림Life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파운데이션이라는 것을 바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파운데이션이라는 것이 아주 두껍고, 엄마가 바르는 거다.. 였는데, 언젠가부터 얇고 가볍고, 무엇보다 필수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저렴이부터 고렴이까지.. (고렴?) 써 보고 싶은 것들은 많았지만, 게으른 탓에 자주 바르지 않아 언제나 두 세개가 쓰던 채로 굴러다녔다.
파운데이션은 내 생각만큼 내 피부를 촉촉하고 투명하고 밝고 깨끗하게 '보이게' 해 주지는 않았다. 물론 맨 얼굴보다는 피부색깔도 정리되고, 환하게 되긴 했는데, 건조하기도 했고 광고만큼 그렇게 환상적인 결과는 아니었다. 그랬기에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왠지 저건 좋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고, 사게 되는 거다.
그러기를 3년 정도.
어떤 주말. 낮에 점심이나 먹으러 나갈까 싶어 준비를 하는데, 게으름이 발동하여 화장 하기 싫은 거다. 사실, 화장하면 얼굴이 갑갑하고, 때론 가렵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꼭 꼭 깨끗하게 지워야하는 게 제일 귀찮았다. '메이크업' 제품이 발달할수록, '클렌징' 제품도 덩달아 성장한다. 아. 그렇지.
지우기 귀찮아서, 때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던 시기. 날은 흐리고 선크림도 안 발라도 될 것 같아서 그냥 나가야지.. 싶어 준비하고 거울을 봤다. 그리고 충격 받았다.
내 맨 얼굴이 부끄러웠던 거다. 내가 예쁘다거나, 피부가 아주 좋다거나 그렇지 않다. 나는 내 얼굴을 잘 안다. 피부는 하얀 편이지만, 주근깨와 기미가 많다. (아.. 기미..ㅠㅠ) 이마는 넓고 (그래서 앞머리를.. 대학 다닐 때 앞머리가 없었는데, 그 때 친구들이 문어아가씨라고 그랬다..ㅠㅠ) 코는 낮고 살짝 펑퍼짐하고, 입술은 색깔이 없다. ㅋㅋㅋ 얼굴 형태는 둘리다. 으하하하.
써 놓고 보니 아주 못생긴 얼굴 같지만, 또 그렇지는 않다. 그냥 자그마한 사람일 뿐이다. 누가 내 얼굴을 그렇게 유심히 보면서 판단하겠는가. 전체적인 이미지가 중요할 뿐. 어쨌든 난 내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어릴 때 워낙 못생겨서 놀림 많이 받았다.ㅠㅠ
여동생이 아주 예쁘다. 그래서 더 비교가 되긴 하는데, 뭐 외모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늘 그런 맘으로 살았고, 다른 사람의 외모에도 별 신경쓰지 않았다.
중요한 사실은.. 내가 맨얼굴로 밖을 나가려니 부끄러워서 급히 뭐라도 발라야 했던 거다. 이제 맨얼굴로 밖을 나가는 건 두려운 일이 되었다. 그래서.
2013년 11월 18일.
이 책을 샀다. 그리고 그 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스킨, 로션, 크림, 파운데이션을 바른 적 없다. 결과는 놀라웠다. 늘 건조했던 얼굴이 오히려 건조하지 않았다. 세수하고 나서도 당기지 않았고, 그렇다고 기름이 많이 나오지도 않았다. 블랙헤드도 많이 줄었다. 그리고 맨 얼굴로 다니기 시작했다. 어차피 화장을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싶어서 그냥 다니기 시작했다. 립스틱만 발랐는데, 놀랍게도 사람들이 내가 화장을 한 줄 알았다. 밖에 나올 때는 다들 화장을 하니까 그냥 그런 줄만 아는거다.
6개월 넘게 선크림 외엔 안 바르는데, 책에서 말한 것처럼 그렇게 피부가 애기 피부처럼 살아나지는 않았다. 뾰루지가 생겼다가 말았다가, 주근깨가 짙어졌다 옅어졌다, 기미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다크써클이 짙어졌다 말았다...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를 반복한다. 그게 맞는 것 같다. 몸 상태에 따라, 그 날 먹은 거에 따라, 마음 상태에 따라 다 달라질테니까. 게다가 피부가 회복되는 정도도 사람마다 다를테니까 조급증은 안 난다. 그리고 그렇게 안 되면 또 어떻는가. 화장할 때보다 나은 점이 많은데 말이다.
머리도 물로만 감기 시작했다. 근데 머리는 좀 많이 힘들었다. 처음 일주일은 집에만 있고 싶었다. 냄새 나고, 끈적거리고... 가렵기까지.. 그래도 견뎠다. 그리고.. 한 달 지나자 견딜만해졌다. 씻는 시간이 단축되고, 욕실에 있던 각종 목욕용품들이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훨씬 홀가분해졌다. 샴푸나 바디클렌저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정수리 냄새도 사라졌고(한 달 후 정수리 냄새를 맡아 본 동생이 물로만 머리 감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거의 안 빠졌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좀 끈끈해졌다. 아마 도시에서 살다 보니 오염물질 때문인 것 같았다. 넉 달을 물로만 감고, 넉 달만에 샴푸 한 번 했다. 내 머릿결은 아주 안 좋았는데, 샴푸 한 번 하니 매끄럽기 그지 없었다. 놀랍다. 오염이 심한 날은 가볍게 샴푸 한 번 정도 한다. 한 달에 두 세번?
혹시나 읽으면서 아.. 더럽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면.. 난 자신있게 더럽지 않다. 라고 대답할 수 있다. 오히려 냄새도 덜 나고, 건조하지도 않다. 사람들은 말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말은 세제를 쓸 때나 안 쓸 때나 같다는 말.. 99% 순비누 하나와 닥터 브*** 하나 이렇게 두고 쓴다. 쓰던 세제들은 화장실 청소할 때 쓴다.
내 피부 타입은 중건성. 두피는 지성에 가까운 중성, 머리카락은 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