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어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시다. 거의 10년 전에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으신 후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 8년이 걸렸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작년 3월, 재발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서울 아산 병원까지 힘들게 검사 받으러 가셨고, 기차가 오는 시각에 맞춰 마중을 나갔다. 몸이 많이 안 좋으셔서 가셨지만, 병명을 안고 오신 모습은 정말 '병자' 같았다. 사람이 '말'에 갇힌다는 건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완치'와 '재발'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의사는 6개월에서 1년을 이야기했다. 이제 1년이다. 시어머니는 여전히 편찮으시지만, 그래도 살아계신다. 이제 겨우 환갑을 지났을 뿐인데, 돌아가시기엔 너무 이르다. 죽음이 나이 순으로 오는 건 아니지만, 그 분의 삶을 생각하면... 좀 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한다. 그 말은 진리다. 이미 8년을 넘게 어머님은 편찮으시지 않았나. 그래도 수술하고 몇 년은 조심하시면서 거의 정상인처럼 지내셨기에 다들 덜 힘들었다. 완치 판정 받고 쭉 괜찮으셨으면 좋았을텐데... 재발은 처음과 달랐다. 이젠 운전도 쉽게 못하시고, 진통제를 드셔도 아파하신다. 큰시누 애들 둘을 봐주셨기 때문에 아직도 큰시누 집에 계시는데, 큰시누도 많이 힘들어한다. 그래도 대소변 받아야 하고, 아예 못 움직이는 게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2. 암 재발 이후 항암은 양산부산대 병원에서 받으셨다. 서울까지 왔다갔다 하시는 게 더 힘들어서다. 응급실을 가거나, 검사를 받으시거나, 결과를 들으러 가거나 하는 등 병원에 모시고 가는 일은 거의 신랑이 하는 일이다. 아무래도 시간을 나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까.

 

지난 주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무슨 2월에 비가 이리도 계속 오는지... 눈이 왔다가 비가 왔다가 하늘은 너무 흐렸다. 병원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우울하다. 그리고... 급커브 길에 커다란 검은 개 한 마리를 봤다. 이미 차에 치어 한 쪽 다리를 다친 모양.. 무서운 지 그녀석은 도로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다행히 신랑은 피했지만, 급커브랑 안쪽 차선에서는 그 개가 미처 보이지 않았을 거다. 커겅~ 개가 내지르는 비명에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도로에서 동물들이 차에 치이는 건 너무 끔찍하다. 그래서 나랑 신랑은 그런 동물들을 보면 여건이 되는 한 묻어주고 가는데, 지금처럼 차들이 달리고 차를 세울 데가 없고 이럴 때는 관할 시청이나 구청에 전화를 했다. 양산 시청에 전화해서 살아있는 개가 도로에 있다고... 빨리 와 달라고 했다. 물론.. 사람들이 올 때까지 그 개가 살아있지는 못할테지만, 더 이상 도로에서 처참하게 있지는 않겠지. 하.. 그럴 때는 언제나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유심히 살폈다. 비도 오고 도로에 차도 많아 치우기 힘들었겠지만, 다행히 개는 차가 없는 곳에 놓여 있었고, 다음 날엔 없었다.

 

이럴 땐 달리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그 개 주인은 아직도 개를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도로로 들어선 게 아닐까 싶은데, 가슴이 아프다.

 

3. 인생이 참 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의 병을 안고 계신 어머님과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죽음을 확인했을 때...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그 개도 살아서 계속 도로를 돌아다닐 땐 그렇게 가슴이 떨렸는데, 죽은 모습을 확인하니 그나마 덜 괴로웠다. 이 마음은 도대체 뭔지 잘 모르겠다. 아프다는 것.. 죽도록 아픈 것보다는 죽는 게 낫다는 마음인 걸까. 이제껏 몰랐는데, 정말 놀랐다. 사람한테는 그런 마음이 안 드는데, 왜 동물한테는 그런 마음이 드는걸까. 사람은... 아무리 아파도 옆에 살아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데 말이다. 사람한테도 그런 마음이 든다면, 안락사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난 인간의 목숨을 동물의 목숨보다 귀히 여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그 말을 온 마음을 다해 행하기는 어렵다. 모든 경구들이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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