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엄마와 난 감산사엘 다녀왔다. 속가에서 알던 언니가 그 곳에서 머리를 깎았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그 절에 곧잘 간다. 더없이 허허로우면서도 따뜻한 정이 스며든 곳. 비로자나 부처님이 인자하게 앉아계신 곳. 나보다는 엄마가 더 좋아하시는 그 곳에서 나는 계속 절을 했다.

한 배에 내 마음을 비우고, 한 배에 내 마음을 쉬고, 한 배에 내 마음을 다스리고, 한 배에 내 마음을 비우고, 한 배에 내 마음을 쉬고, 한 배에 내 마음을 다스리고.... 몸은 고되고 힘들지라도 마음만은 깨끗하지는 그 느낌이 좋아서 나는 계속 절을 했다. 어떻게든 바른 마음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 가끔 용기도 빠지고 실망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 희망을 가지고 계속 한다. 나에겐 젊음이 있으니까.^^

행자로 있는 속가에서 알고 지내던 언니는 더없이 물색 옷이 어울렸다. 단정하게 깎은 머리와 정갈하게 갖춰입은 물색 옷을 보고 속세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친구들은 왜 머리를 깎냐, 이 좋은 나이에, 시집가서 잘 살면 되지... 라고 말을 하지만, 그래도 난 머리깎은 그 모습이 진정한 언니의 모습 같다고 생각했다. 속세에 있을 때도 늘 수행하는 마음으로 살던 언니였으니까. 내 친구들이 가끔 왜 스님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그다지 해 줄 말이 없다. 말을 잘 못해서 오해하게 하는 것도 큰일이지만, 내가 머리를 깎은 게 아니니까, 말에 힘이 없다. 언젠가는 나도 그 세계로 가고 싶다는 말을 할 뿐. 그러면 친구들은 웃으면서 잘 어울릴 것 같단다. ^^ 그러면 나는 우스개소리로 이 말을 한다. 승복은 누구에게나 잘 어울려... 그러면 애들은 크게 웃는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확실히 이야기가 통한다. 교회 다니는 내 친구랑은 그런 면에서 좋다. 영적인 대화가 통하니까. 그 친구도 참 신실하고 바르다. 그래서 난 그 친구가 좋다. 나도 그 친구도 모두가 바르게 믿고 바르게 살면 좋겠다. 물론 나조차도 잘 안되지만.... 더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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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5-14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세속의 향락에 몸을 던진지 오래라 그 세계에 절-대-로 못 갑니다. 그래서 간 분들은 존경하고 있습니다.

꼬마요정 2005-05-1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마태님 그러지 마셔요~~~^*^ 절대로란 말은 함부로 쓰는 게 아니랍니다. 혹시 아나요... 언젠가 마태님께서 모든 향락의 덧없음을 깨닫고 고승이 되어 계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