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히 유감스럽다. 깔끔한 표지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금박이 내 맘을 설레게 했었다. 측천무후. 얼어버릴 정도로 차갑고 녹아버릴 정도로 뜨거운 그녀의 삶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했다. 정말 기대하고 읽은 책이다.
이 실망감을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내가 바라던 그녀의 삶은 길을 잃고 흐느끼고 있었고, 싸늘한 단어들만이 내 눈앞을 왔다갔다 했다. 이건... 아니다.
샨사. 그녀는 중국인이지만 중화사상에 뼈저리게 물든 중국인은 아니다. 아니 프랑스인인가...
이 책에 주어를 모두 서태후로 바꿔도 되겠다. 어쩌면 정말 후에 역사적 배경 조금 고쳐서 서태후라는 제목으로 다시 태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건 미화가 아니다. 측천무후의 배경을 가지고 그녀의 내면을 '창작'했다. 그것도 사실이 아닌 작가의 소망대로. 그녀의 치열한 고뇌는 어디로 간 걸까...
5시간.. 상, 하를 읽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5시간 정도. 그리고 책을 덮고 난 뒤 느낀 허탈감. 정교하게 나열된 표현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지만, 그녀의 차가운 문체가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측천무후의 내면은 없었다. (리뷰에 별 두 개를 준 이유가 그녀의 문장이었다...)
그냥... 역사책을 꺼내들었다. 내가 상상한 측천무후. 누구보다도 강한 그녀. 황제의 자리에까지 오른 아름다운 그녀. 권력의 중심에서 너무나 고독한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