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화녹엽
원정미 지음 / 신영미디어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늘 마음속에 발해에 대한 향수가 자리잡고 있었다. 하루빨리 발해가 우리 역사 속에 꿋꿋하게 자리할 날을 기대한다. 점점 왜곡되고 축소되어가는 요즘을 보면 한숨만 나오지만, 그래도 우리가 역사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조금은 위안을 얻을려나...

발해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기는 하지만, 발해보다는 주로 바다 위, 중국이 더 많이 나온다. 발해 최대의 상단이라는 천화상단. 거슬러 올라가면 고구려 광개토대왕 시절, 고구려의 국익을 위해 세워진 상단이며, 고구려가 멸망하고서도 그 맥을 잃지 않고 세를 확장하고 있는 무섭고도 탄탄한 상단이다. 천화상단이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신분여하를 막론하고, 국적에도 상관없이 인재를 가려뽑아 그 능력을 힘껏 발휘하게 했던 것이었는데, 무엇보다도 단주와 단주 부인의 배포와 능력이 뛰어났던 탓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서영이라는 딸이 있는데, 어찌나 팔자가 기구한지 어린 나이에 벌써 과부가 되었다. 그것도 결혼을 두 번이나 했는데, 남편이 둘 다 혼인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병사, 사고사를 당했다. 뭔가 음모가 끼어있을거라고 생각한 관아에서 조사까지 벌였지만, 별다른 음모는 발견되지 않았다. 서영이 대씨계에 가입하였다는 둥, 바람 피우는 남편을 살해하였다는 둥 헛소문들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서영은 바다에 대한 열정을 품고 결국 가출을 하고 만다.

혼자 가출했는가 하면, 서영 본인은 그게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서영의 어머니 예진이 낙점해놓은 남편감이랑 같이 바다로 나가게 된다. 딸이 좀 더 예쁘게 살았으면 하는 예진의 바램이라고나 할까. 남편감이라는 자는 어디 보자. 지체 높은 귀족 가문의 자제이지만 몰락하여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천화상단에 들어왔다.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제법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하필 동생이 자신이 생각한 여인과 혼인을 하게 된다. 일하다 졸지에 첫사랑을 빼앗긴 그는 가슴에 자리한 상처를 보듬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는다. 예진이 그더러 서영과 혼인하라고 종용하지 뭔가. 안 그래도 남편을 죽였다는 둥 소문에 휩싸인 처자와 결혼하라니... 규인은 거절도 못하고 끙끙 앓는다. 그러나 서영을 본 순간 첫눈에 심장이 덜컥 떨어져 버렸으니, 본인은 모른다 하나 둘 다 첫 만남에서 서로를 원하게 되어버렸다네.

바다로 나아간다고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곳 저 곳 둘러보며, 애틋한 정이 싹트다가 라이벌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감정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서영이 대적해야 할 상대는 규인의 첫사랑과 닮은 기생이었는데, 알고보니 규인의 절친한 친구의 정인이었더라. 규인은 아무생각없이 있었건만, 서영은 혼자 지레짐작하여 감정이 폭발했다. 반면에 규인이 상대해야 할 적수는 다름아닌 장보고였다. 규인과 동류의 인물로 뛰어난 능력과 반듯한 외모, 규인과는 다르게 다정다감한 성격. 규인은 만만치 않은 적을 만난 셈이다. 그러나 저러나 결국 조연은 조연. 반란의 괴수와 맞부딪히면서 사고를 당한 그들은 마침내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내용상 보면 괜찮다. 개연성 있고, 배경도 괜찮고, 주인공들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어째서 흥미진진하게 읽히지 않았을까. 감정의 전환들이 너무 어색하여 읽다가도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명색이 로설이라는데, 로맨스가 어설퍼서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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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2-1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그래도 추천 하나.
좋은 정보군요. 대여점으로 뛰어야겠습니다.

날개 2005-02-1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님 책은 예전에 소장본으로 한정 발간되었던 <연분>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홍화녹엽>은 읽긴 했는데, 그다지 머릿속에 많이 남아 있질 않아서.. 리뷰를 읽으며 기억을 더듬었다니까요..ㅎㅎ

꼬마요정 2005-02-1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추천 감사합니다.^^* 호호호 저도 대여점에서 빌려봤더랬죠~
날개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연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