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음도 허하고 몸도 허하고 심숭생숭 심란하기 그지없어서 한숨 푹푹 쉬며 주위 사람 불편하게 하기 일쑤인 나날들이 계속이라...
마음 한 번 다잡아 보자고 긍정의 힘이 어떻고 유명한 구절들이 어떻고 위인들이 어떻게 시련을 극복했는지 어떻고 이런 애들 붙잡아 봤는데...
어떻게 해도 도저히 내 마음 속에서 열정의 불꽃이라고는 불씨 하나 찾아보기 힘들어 그런 노력들조차 시들해지고 말았으니...
쇼핑이라도 하면 삶은 아름다운 거야..라며 의욕이 생길거란 기대를 했건만 배달되어 온 옷은 내게 너무 크기만 해서 당장 반품 신청하며 다시 한 번 쇼핑 욕구마저 잃었으니..
카프카의 변신을 향한 욕구가 벌떡 생겨서 얼씨구나 주문하고 택배로 온 책을 봤더니 같은 카프카이긴 한데 제목은 성이구나...
더 더욱 우울해져 이제는 상사에게까지 마음의 눈을 홀기며 나름 티나게 틱틱대고 있던 찰나...
남자친구에게 주려던 자비경 읽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며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됐다.
사랑은 받느니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유치환 님의 시처럼 이 세상 모두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내면 결국 나 역시 그런 자비 속에 있게 되는 것이니... 이제야 마음이 좀 편해진다.
너무 추워 추위탓, 니가 싫어 남탓하다 좀 머쓱해진 건... 사실 내겐 나를 돌아보고 보살필 시간이 필요했던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