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의 이 책은 몇 년 전 내가 감탄하며 읽은 책이다. 그런데...요즘 다시 생각해보면.. 이 책을 읽고 왜 그렇게 감탄했던가..싶다. 전혀 감탄하면서 읽을 책이 아닌데 말이다.

"이 책은 경제사상사와 경제학설사 중간 쯤 위치한다. 저자인 토드 부크홀츠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자칫 지루하기 그지없을 많은 이야기들을 재미있고도 익살스럽게 풀어 놓았기 때문이다. 정말 주제는 난해하면서도 지겨울 수 있다. 한 사람의 이론을 알기 위해, 그 사람의 생애와 가치관, 영향을 끼친 사람들, 사히적 배경 그리고 이론 이야기까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술술 자연스럽게 그려놓고 있다."

라고 리뷰에 적혀 있다. 창피하다. 나의 시야가 얼마나 좁고 작았으면 이렇게 썼을까... 

현대 경제는 아니, 주류 경제라고 해야 옳은 말이 될 것이다. 시카고 학파를 중심으로 한 현대의 주류 경제학은 그 이전 아담 스미스 이래로 욕망의 경제학을 설명하며 이기심의 결과는 공공의 이익이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아담 스미스가 썼던 [국부론] - 제국민의 부의 본질과 원인에 관한 고찰이라는 이 어려운 책은 그 시대에 불티나게 팔려갔다. 왜냐고? 그 시대는 이전의 시대와는 다르게 부자는 신에게 선택받은 자였으니까. 시간을 팔아 돈을 벌던 사람들이 손가락질 받던 중세 시대는 지나가고, 직업소명설로 무장한 사람들은 열심히 돈을 벌기 시작했다. 정치적으로도 상인의 힘이 커지고, 소위 '시민법'이라는 것이 생겨나 그들이 원하는 권리를 지켜주고 있다. 재산권과 자유권 말이다. 그러한 때 나온 책이 부를 고찰하고 그 원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베스트셀러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그로부터 시작한 경제학은 철저하게 이기심 즉 사익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틀을 유지하여 거기에 맞지 않으면 모두 배제시켜 버린다. 시장 경제는 모두가 경제인이라는 전제가 성립하여야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경제인이 아니다. 우리는 경제인이 될 수 없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하자면 배가 엄청 고플 때 사과를 하나 먹었다. 그 때의 만족은 아주 클 것이다. 하나 더 먹으면? 앞에 먹었던 사과가 줬던 만족보다는 덜 할 것이다. 배가 조금 채워졌으니까. 그럼 하나 더 먹으면? 또 더 먹으면? 먹을수록 그 사람의 만족도는 떨어진다. 그게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다. 경제학에서 중요한 '법칙' 중 하나이지만, 검증된 바 없다! 우리는 평생 밥을 먹고, 된장국을 먹으며 산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른다면 우리는 매일 다른 음식을 먹고, 다른 옷을 입으며 다른 책을 보고, 다른 학문을 하며, 다른 일자리를 구하고, 다른 집에 살아야 한다.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

배분과 성장은 상충관계임을 모두가 다 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는 배분과 성장을 별개로 취급한다. 만약 상충관계라는 것을 인정하면 시장 경제의 최대 약점을 인정하는 셈이니까. 성장이 최대로 이루어지면, 그 때 별개의 관계인 배분도 가능한 한 최대로 하라..뭐 그런거다.  

어쨌든 경제학의 전체 흐름을 따져보면 사익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거대한 틀에 짜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이 책 역시 그러하다. 아니 더 하다. 자신의 의도에 맞지 않은 주류 경제학자들의 논지는 쏙 빼 버리고 자기 입맛에 딱 맞게 편집해 놓았다. 

이런 책을 내가 좋다고 추천하고 다녔다니.. 창피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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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4-09-2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은 사회과학서적이나 경제학 서적을 다시 읽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십니다. 또한 자신의 사고의 성장과 시각의 확장을 느끼실 정도니 꼬마요정님은 참 좋은 리뷰어라고 생각됩니다. 부끄럽습니다. 앞으로 저도 책 좀 읽어야겠습니다.

꼬마요정 2004-09-20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님의 리뷰를 잊지 못하고 가끔씩 읽어본답니다. 나도 저렇게 정교한 리뷰를 쓸 수 있다면..하고 감탄하며 말이지요... 전 한참 멀었어요~ 좀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리뷰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mira95 2004-09-20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대단하세요... 전 어려운 책을 다시 읽는 일이 절대로 없는 인간이라...

꼬마요정 2004-09-2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다만 전공이 무역이라 경제, 경영 다 배우거든요..게다가 제가 경제사를 좋아해서 그냥..^^;;

데메트리오스 2004-09-2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라.... 전공기초로 경제학 들었을 때 뭔말인지는 알 것 같은데, 그래프로 보면 정말 이해가 안갔었다는... ㅋㅋㅋ 전 그래서 경제학 책을 보는 사람들이 존경스럽습니다^^;;

꼬마요정 2004-09-20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경제학은 나름대로 재미가 있답니다.^^
논리적이잖아요..규명된 바 없이...^^;;

데메트리오스 2004-09-2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리적이긴 한데 규명된 바가 없다!'

학문의 탐구에 있어서 상당히 의미심장한 말이라 생각됩니다. 논리적 정당성이 과연 본질을 바로 보게 할 수 있는 도구가 되는지, 그것이 가능하다면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라면 어떤방법을 사용해야할지... 갑자기 그런 것들이 궁금해집니다.

꼬마요정 2004-09-20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 위의 말은 제가 경제학을 비꼰거랍니다.
이제는 정말 수식과 자신들의 틀만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니까요.... 한계 효용의 법칙 역시 규명된 바 없으면서도 법칙이잖아요..그쵸? 한계효용의 법칙은 주류 경제학의 틀 속에서만 법칙으로 작용할 수 있을뿐이지요...틀 안에서 끊임없이 그 틀을 유지하는 논거를 재생산해는 작업.. 그것이 요즘 경제학의 일인 것 같아요...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