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7시 30분 시작하는 연극 '비언소'를 보았다. 변소라는 뜻이란다.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경성대 소극장으로 열심히 올라갔다. 부산 '문화향기'와 서울극단 '차이무'의 공동제작 프로제작 연극이란 거창한 수식어를 보았다. 연극을 잘 모르는 나는 이제껏 본 연극이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햄릿'이었다. 엄청 유명한 극단과 배우들의 연극이었는데, 이제는 다 잊어버리고 그저 보았다는 아스라한 추억과 흐릿한 생동감만 남아있다.

5명의 배우들이 화장실에서 펼치는 갖가지 이야기들... 간첩이나 사기꾼 등 범죄자들을 신고하여 포상금을 받으려는 사람, 불의를 보아 넘기지 못하는 청소부 아줌마, 돈 많이 못 벌어서 자가용 없이 버스 타고 다니는 글쟁이, 포르노스러운 연극을 연출하는 연출가, 배우 지망생, 작은 꿈이라며 시골의 집 한채, BMW, 머시기 양주 50년산, 홈시어터, 좋은 오디오 - 뭐라더라 진공관 어쩌고..-, 해외 여행을 하고 싶다는 사람 등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놓고 있었다. 나중에 소독한답시고 농약 뿌리는 통으로 물을 뿌려 젖기는 했지만, 웃는다고 배가 고플 지경이었다.

연극을 보며, 좀 더 많은 문화 생활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되어 만드는 세상.. 영화와는 달리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무대가 존재한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곧 연극제를 한다는데, 난 또 보러 갈거다. 친구가 시민회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덕에 할인도 되고 좋지 않나.

무척 더운 하루였지만, 또한 무척 살아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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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07-17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극 본지 한 2년은 된 것 같네요...꼬마요정님의 글을 보니 문득 가고 싶어짐다.
연극에서 느껴지는 배우와의 교감으로 많이 즐겼었는데...왜 이리 여유가 없는 건지.
7월이 가기 전에 한번 가서 보아야겠네요..^^

꼬마요정 2004-07-17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부산에는 연극을 그다지 많이 안 해서 꺼려지기도 하고, 영화보다 비싸서 흠칫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주 보고 싶은건..^^;;
7월이 가기 전에 좋은 연극 한 편 보시길 바랍니다.^^*

데메트리오스 2004-07-17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전 연극을 한번도 극장에 가서 본 적이 없어요. 가보고 싶긴 한데 어떤 작품을 봐야할지 몰라서...

꼬마요정 2004-07-17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친구들이 보러 가자고 해서 보거나, 유명해서 보거나 입니다...^^;;
중학교 때 연극영화반에 들어서 한 달에 한 번씩 연극이나 영화를 봤었거든요..그 때 햄릿을 봤는데, 너무 멋지더라구요.. 아직까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답니다.^^*

로드무비 2004-07-1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강호가 이름이 덜 알려졌을 때 이 연극에 출연했지요.
바바리 자락을 펄럭이며 소리소리 지르며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는데
곧 실력파 배우로 이름을 날리더군요.
저는 삶의 이런저런 숨어있는 과정들이 재밌습니다.^^

꼬마요정 2004-07-1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송강호가 연기했다면 볼 만 했겠는데요.^^*
어제 연기한 배우들도 잘 하더라구요.. 그 열정이 참 부러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