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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0
진 웹스터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0년 11월
평점 :
친애하는 제루샤 애벗.
인디고에서 정말 갖고 싶게 만드는 책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난 환희에 몸을 부르르 떨 수 밖에 없었지. 심지어 다이어리와 한 몸인 걸 찾았을 때 그 기쁨이란.
난 너를 내 키가 한참 작을 때 처음 만났어. 너에게만 살짝 얘기하자면, 난 어릴 때 아주 아주 키가 작았어. 초등학교 1학년 때 1m가 안 되었단다. 98cm였지. 초등학교 6학년 땐 신체검사할 때 키를 어림잡아야 했고. 왜냐면 130cm 부터 표시되어 있는데 난 거기에 못 미쳤거든. 지금도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150cm는 넘는데다 남들은 내가 160cm이 넘는 줄 알아. 작아보이지는 않는대. 그나마 다행이랄까..
어쩌다가 키 얘기로 빠졌네. 어쨌든 처음 널 봤을 땐 전혀 아무런 감흥이 없었어. 편지글만 줄줄 있는데다가 그 키다리 아저씨의 반응을 알아채기에는 너무 어렸거든. 그 미묘한 질투심 말이야.. 차라리 빨간머리 앤이 더 재밌었어. 그러다가 인디고에서 다시 너를 내게 보내준거야.
아기자기한 책을 갖고 싶다는 그 욕심에, 그저 추억거리처럼 집어든 너는 나를 아주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해버렸단다. 알지 못하는 사람의 호의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생활하는 그 순박한 책임감과 어린 소녀의 무모한 열정에 감탄했지. 게다가 너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내비치는 그 좋아하는 마음과 키다리 아저씨의 질투에 가득 찬 모습이 정말~~~ 어머.. 난 정말 반해버렸단다. 넌 몰랐겠지만 지미 맥브라이드는 키다리 아저씨의 마음에 조금함과 소유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어. 키다리 아저씨는 네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소리치고 싶었을거야. "나 외에 딴 놈 보지마!!"
어릴 때는 왜 몰랐을까. 조금만 읽어도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를 알 수 있는데 말야. 마지막에 "정말 나인줄 몰랐어?" 라고 묻는 대목에서 내가 다 두근거리더라니까. 네가 마음을 밝힐 때까지 속앓이만 했을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애편지를 받고 있던 행운아가 그 편지들 속에 있는 마음 하나 읽지 못하고 상심하다 병에 걸리다니 말이야. 그 어쩌지 못하던 연심이 그대로 묻어 있어서 다른 어떤 말보다 더 가슴에 와 닿았지.
주디.. 이런 따뜻한 사랑을 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 앞으로 많은 힘든 일이 있겠지만, 너의 그 긍정적인 마음과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을거야. 나도 여기서 널 응원할게. 그리고 네가 멋진 작가가 되어 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때 꼭 그 책을 사 볼거야. 너의 사인본이라면 더 좋겠고.
끝으로... 신혼여행 가서 첫날밤에 입을 속옷을 내가 사주면 좋겠는데.. 야한걸로.. 키다리 아저씨가 코피 쏟게 말이야. 기대되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