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사
정지원 지음 / 노블리타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옛날 옛날에 사악하고 못된 마법사가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공주를 납치해 그의 성 깊숙한 곳에 가두었고, 왕은 공주를 그리워하며 공주를 구출하기 위해 많은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보냈다. 그러나 사악하고 못된 마법사는 너무나 막강하여 아무도 공주를 구출하지 못했다. 불행히도 공주는 사악하고 못된 마법사의 성에 갇혀 하루하루를 두려움에 떨며 보내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사람은 다름아닌 검은 머리의 어린 마녀. 그녀는 자신을 초혼사라고 소개했다. 

그렇게 사악하고 못된 마법사, 카인은 아무런 해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어린 마녀 세로와 만났다. 너무나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너무나 순수했던 마법사 카인은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녀에게, 연약하고 어린 그녀에게 끌리는 게 더 중요할 뿐. 

원하는 모든 걸 들어드릴게요.. 절 사랑해주세요 

그녀의 말에 그는 응답했다. 

널 위해 이 나라를 무너뜨려주마. 널 위해 학술원의 모든 사람을 죽여주마. 

그들의 사랑은 아름다우면서 잔혹했고, 신비로우면서 아팠다. 자말란과 세로가 누가 더 끔찍한 경험을 했는지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숨이 막혔다. 팔이 부러진 채 강간당해 본 적이 있다는 세로의 말은 경쾌하지만 무거웠다.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심장이 베여 증오를 넘어선 분노의 극을 보는 듯 했다.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며 웃으면서 "좋아"라고 이야기하는 유년을 살해당한,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자신의 감정조차 부서진 소녀는 가여웠다. 

권력자들이 바라는 그 능력 -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도, 산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 때문에, 한 사람의 보잘 것 없는 질투 때문에 그녀는 인생이 통째로 변해버렸다.  

카인. 너무나 순진하여 사람을 깊게 믿었던 그는 결국 거짓의 세계 속에서 거짓된 명예를 붙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생각하던 선함, 도리, 마법사의 길이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었던가. 그렇게 세상은 온통 거짓과 교만, 추악함에 뒤덮여 있었다. 

명예란 무엇이며, 신분이란 무엇이며, 권력이란 무엇일까. 복수는 무엇이고, 동정이란 무엇이며, 사랑이란 무엇일까.   

되게 평범하네..... 길거리를 지나가면 당신이 바로 그 예언의 인물인 줄 혹시 누가 알아보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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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09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우면서 잔혹하다..신비로우면서 아팠다. 이건 비단 소설에서의 사랑에 대한 표현보다도 현실의 사랑 역시 저 문장이 딱 맞지 않나 싶어요. ^^

꼬마요정 2011-06-09 01:00   좋아요 0 | URL
아아.. 삶은 표현하기가 힘들죠.. 사랑 역시 그러하구요.. 그런 감정의 모순이 더 사랑을 갈구하게 하는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