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경계 - 하
나스 키노코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기원.  

만물의 최초이자 마지막. 처음부터 쌓여져 지금까지 계속되는 무의식하의 방향성.  

료우기 시키와 고쿠토 미키야는 꽤나 매력적인 커플이다. 서로가 서로를 간절하게 원하기 때문에 결코 좁혀지지 않았던 감정의 거리.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인정한다면 떠나야 할 것이기에 모른체 하고자 했던 마음.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듯 했던 소박하지만 엄청난 꿈.  

기이한, 그래서 이상하지 않은 그들.

미키야는 시키가 살인자가 아니어야 계속 사랑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고, 시키는 자신이 저지른 것만 같은 기억나지 않는 과거를 외면하며 자신을 평범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미키야를 향한 알 수 없는 감정에 그를 제거하고자 한다. 

어찌보면 인간은 자신이 제일 소중하다. 시키가 미키야를 죽이고자 한 것도 자신이 받아들이는 것보다 미키야의 존재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고, 미키야가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며 따뜻하게 대한 것도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였으니까.  

책에 적힌 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 자신은 상처받지 않는다. 반대로 모든 것을 내쳐버리면 자신은 상처받는다.

부감풍경부터 공의 경계에 이르기까지 뭔가 사건은 두서없이 일어난다. 하지만 또렷하게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있다. 시키의 각성. 결국 자신을 인정하고 미키야를 인정할 때까지 필요한 사건들이 그녀를 어른으로 만들어준다. 

기원이 허무여서 모든 것을 죽이고 싶어하는 시키. 직사의 마안을 통해 살아있는 모든 것을 단숨에 죽음으로 보낼 수 있는 그녀. 하지만 자신이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유일하게 고쿠토 미키야 뿐. 그래서 그녀는 절대 살인을 하지 못한다. 미키야를 죽이는 건 자신의 존재를 죽이는 것이니까. 허무 뿐인 그녀의 내면이라도 꿈을 꾸는 또 다른 자아 시키(識)가 미키야가 나오는 꿈을 꾸고 싶어하니까. 그녀는 더 이상 외롭지 않으니까. 

이 책의 흡인력은 대단하다. 단숨에 읽게 된다. 게다가 캐릭터들이 은근히 날 잡아끌었다. 고쿠토 아자카나 아라야 소렌, 아오자키 토우코, 엔조 도모에.. 사연 없는 사람 없고, 아픔 없는 사건이 없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라야 소렌과 아오자키 토우코의 대화였다. 생과 사를 초월하여 진리를 알고자 하는 그 호기심. 마치 강철의 연금술사를 보는 듯했던 아라야 소렌. 그 자체가 기원이었으면서도 그걸 깨닫지 못한 어리석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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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1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프 노벨 작품 쪽에서는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N.H.K에 어서오세요'를 무척이나 감동 깊게 읽었거든요. '강철의 연금술사'는 저도 너무나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에요. ㅋ
요즘은 일본 드라마 '케이조쿠 스펙 2'를 보고 있어요. 토다 에리카의 팬이기도 해서요. ^^

꼬마요정 2011-06-11 02:29   좋아요 0 | URL
일본 문학에 대해 상당히 잘 아시는 듯~^^ 강철은 정말.. 처음 접했을 때 전율했답니다. 일본 드라마는 잘 몰라요. 몇 개 봤었는데 결말이 흐지부지여서 안 보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