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 그 섬세함의 뒷면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4
박현수 지음 / 책세상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문화가 전면적으로 개방된다고 한다. 그 동안 일본 문화는 국내 문화 시장에 완전히 들어오지 못하고 서성거리며 단계를 밟아 조금씩 들어오다가 이제는 물밀듯이 들어오게 된다. 국내 문화 시장에서 이미 일본 문화는 많은 관심을 받으며,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고, 관련 상품들은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 전면 개방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러한 데, 완전 개방이 이루어지고 나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아마 완전히 일본 문화에 동화되거나, 우리 문화가 일본 문화를 흡수하거나 하는 둘 중 하나의 상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의 저자는 그 이유를 일본 문화가 가진 섬세함에 있다고 본다. 일본의 문화는 아주 섬세하고 정교하다. 그러한 점이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여 일본 문화에 빠져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일본 문화가 왜 섬세한가에 초점을 맞추어 그 배경을 이야기하며 일본 문화의 본질을 규명하고자 한다. 메이지 유신 이후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에 눌려 크게 성장하지 못한 사회적 이상들은 결국 개인의 내면으로만 파고들게 되고, 그런 점들은 대표적으로 소설에 표출되게 된다. 거기다 서구와 동일시 되고픈 욕망으로 일본은 국가주의적 팽창을 거듭하여 2차세계대전까지 일으켜 천황을 중심으로 한 대제국을 꿈꾸고, 문학은 절대적이고 신성한 천황을 신민들이 받아들이게 하는 역할을 해야 했다.

그러한 상황들은 사소설로 귀착되고, 사회적 상황을 그려내지 못하게 된 작가들은 개인의 실제 생활을 작품화 해야 했으며, 그로 인해 현실 생활은 파괴되었다. 결국 그들은 내용의 깊이보다는 기법상 섬세함과 정교함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즉, 일본 문화의 섬세함의 뒷면에는 군국주의적 팽창이 도사리고 있었다. 우리는 일본 문화를 받아들일 때 그 점을 알고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의 허무맹랑한 욕망으로 희생된 것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희생시킨 군국주의와 제국주의가 지금 우리가 열광하는 일본 문화의 섬세함의 기저였다는 사실은 정말 모순적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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