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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 feed
M. T. 앤더슨 지음, 조현업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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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칩이 장착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영역인 뇌에 기계의 핵심을 담은 칩을 집어 넣는다. 다량의 정보가 뇌 속을 떠 다니고, 공포스럽게도 아무도 활자를 읽지 않는다. 

칩을 장착하고나서는 언제나 아무 생각이 없다. 조금만 생각을 할라치면 어느새 그에 맞는 광고가 뜬다. 남미 폭동을 떠올리면 더운 여름 땀냄새 걱정 하지 마시고 **회사의 데오도란트를 구입하세요~란 이미지가 머릿속을 파고든다. 시선을 들어 하늘을 보면 하늘이 그려져 있는 그림을 권하는 광고가, 바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바로 차편을 예약하라는 광고가 뜬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거나 시험을 볼 때 그저 떠올리면 된다. 모든 정보가 흘러들어온다. 칩을 통해 뇌 속으로. 

어느새 피부는 얇아져 있고, 머리카락은 빠졌다. 사람들은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 상처 속으로 혈관과 인대와 내장이 비친다. '상처'는 유행이 되었고, 누군가는 문신으로 '상처'를 만든다. 밤마다 칩은 속삭인다. 모든 것이 잘 될거라고.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 도대체 뭐가? 

피드. 그 칩은 몇 몇 회사가 소유하고 있고, 피드를 장착한 사람들의 개인 정보를 사고판다. 피드를 통해 주문한 목록으로 그 사람의 취향을 파악, 끊임없이 배너를 띄운다. 사람은.. '소비'로 값어치가 매겨진다. 책 속에서 바이올렛이 외친 말은 사실이었다. 우리가 피드라고. 피드에게 먹힌거라고. 

일본 애니메이션 '벡셀'이 생각났다. 어느 미래, 일본은 완벽한 쇄국을 이룬다. 세계동맹이 정한 규정에 반하는 기술력을 개발, 일본 열도 전체에 방어막을 설치하고 모든 외국인은 추방, 드나드는 모든 운송기구는 철저한 검문을 받는다. 그러기를 10년, 특별한 임무를 맡은 특공대는 일본에 잠입하고 일본을 투시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그리고 경악한다. 일본 열도에는 어떤 생체 반응도 없었다. 산도, 강도, 동물도, 사람도... 모두 사라졌다. 분명 사람이 있는데, 사람이 아니었다. 일본인 모두 어떤 약물을 투여받았고, 뇌는 회사의 뜻대로 움직이거나 쓸모없는 고철이 되었다. 아아... 생각하는 능력, 판단하는 능력.. 사람이 사람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능력이 상실된거다. 

마치 우리나라의 현 상황과 비슷하다. 피드는 정보를 독점하고, 사람을 조종한다. 미디어법이 원하는 바로 그것! 그럴바엔 그냥 로봇들을 만들어서 군림하는 걸 권한다. 그들이 우리를 조종하고 싶어하는 건 우리가 저항하기 때문이겠지만, 우리가 그들을 위해 희생할 수는 없지 않은가.  

피드의 해악을 외치던 그 해커는 경찰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적다. 관심도 없고 알려주지도 않고. 남미의 많은 사람들이 환경오염으로 죽었다. 마을주민 천오백명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바다는 오염되어 들어갈 수 없다. 숲을 없애고 공기공장을 만든다.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사람들은 머릿속 피드를 통해 채팅을 즐긴다. 혼자 중얼거리며 마치 미친 사람처럼 그렇게 채팅을 하며 걷는다. 온통 미친 사람들 투성이다. 

너무나 공포스럽다. 이런 세상.. 지금 상황과도 너무나 유사한 세상. 넘쳐나는 정보들과 생각이 통제되는 상황, 생명의 존엄성 보다는 물질적인 향락을 추구하는 사람들.. 모두가 '상처'를 갖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정부는 다 잘 될거라고 이야기하며 힘 없는 사람들을 배척한다. 

사람을 통제하는 빅 브라더보다 피드가 더 무섭게 여겨지는 건.. 아예 생각을 차단하고 소비에만 집중시키기 때문일까.. 그 어디에도 바이올렛의 비판에 응답하는 이가 없다. 단지 피드 수리를 거부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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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9-07-30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의 서재에서 짧게 소개된 책이었는데 여기서 다시 보게 되네요.
어둡고 암울한 미래세계의 모습들이 진짜 현실이 되면 어쩌나...? 그저 두려울 뿐입니다.

꼬마요정 2009-08-01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우리 사람의 힘을 믿어봐요~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것도 사람이지만, 도덕을 추구하는 것도 인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