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 수집가>를 리뷰해주세요
기담 수집가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내가 무섭게 본 드라마는 '전설의 고향'이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느 나라의 어떤 공포영화도 내게 오싹함을 주지 못하지만, 왠지 '전설의 고향'만큼은 섬뜩했다. 

일본 공포영화는 전혀 무섭지 않아 오히려 지루할 지경이었다. 주온이나 링, 착신아리, 검은 물밑에서 등 수많은 공포영화를 보았지만 그들과 공감할 수 없었다. 배틀로얄 같은 경우는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에 대해 공포를 느꼈을 뿐이고. 미국의 공포영화는 잔인하기만 해서 오히려 무섭지 않았다. 그저 그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로 미친 사이코패스에게 살해당하는 건 어이가 없었다. 물론 사람이 가장 무서운 존재이긴 하지만, 이런 비현실적인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오히려 전설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들, 예를 들면 조니 뎁이 나왔던 '슬리피 할로우'나 '늑대의 후예들' 같은 영화가 더 공포스러웠다.  

초자연적인 존재가 무서운 게 아니다. 그 초자연적인 존재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욕망과 추악한 이기심이 무서웠다. 권선징악과 인과응보, 결자해지야말로 가장 무서운 진실이었다. 나쁜 짓을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벌을 받고, 좋은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단순한 진리가 내 모든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무서웠다. 

'전설의 고향' 같은 경우 귀신은 원한 맺힌 이만을 노린다. 그 장소에 있는 모든 이를 노리는 게 아니라. 지은 죄가 없다면 안심해도 되는거다. 게다가 귀신의 사연은 구구절절하기 그지없다.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온 스크린이 무차별 학살로 시뻘겋게 물드는 게 공포가 아니라 귀신을 도와서 복수를 하거나 귀신이 직접 복수를 하는 게,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스스로가 파멸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무서운 게 아닐까. 

우리와는 다르게 일본 공포영화는 일상성을 추구한다. 핸드폰이나 집, 잃어버린 물건들을 이용해서 공포를 주려고 한다. 매맞는 아내가 기어코 남편에게 살해당하고 난 뒤 저주가 내린 집이라던가, 죽음을 예고하는 핸드폰은 섬뜩한 설정이다. 하지만 이유도 없고 과정도 없고 어딘가 지루하고 어딘가 미심쩍다. 이 책 역시 그랬다. 

히사카가 풀어주는 사건의 전말은 공감가는 것도 있지만 어처구니없는 것도 있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에비스는 추임새를 넣고 히사코는 그 흥을 깨버린 뒤 그들은 기다렸다. 놀랍게도 그 이야기들은 모두 한 곳으로 모였다. 한마디로 기담이랍시고 이야기를 풀어놓은 사람들은 모두 낚인거다. 마지막 장은 오히려 유쾌했다. 이 이야기야말로 기담이 아닐까. 아무리 계획하고 계획해도 이렇게 모두 모여질까. 결국 에비스와 히사카는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  

이야기를 풀어놓던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안심한다.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해 온 신기한 이야기의 신비성이 사라졌는데도. 에비스와 히사카는.. 이제 더 이상 깨버릴 신비성이 없다. 그래, 그래서 기담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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