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굉장히 짜증스러운 일들이 많다. 일본의 망언이야 뭐 늘 열받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친다하더라도 중국까지 가세해서 남의 역사를 훔쳐가려는 건 너무하지 않나 싶다. 어찌보면 일본이 양반이다 싶은 마음도 드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중국이라는 나라를 무척 좋아했는데 - 유구한 역사와 광활한 대륙, 화려한 경치들 때문에 - 요즘은 일본이나 미국만큼 중국이 싫다.

고구려가 자기네들의 역사라고 웃기지도 않은 주장을 하더니 이번엔 치우천왕마저 자기네들 조상이라고 숭배한단다. 나원참...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치우천왕이 누구인가. 다들 기억하다시피 2002 월드컵 때 붉은 악마의 상징이 아니었던가. 옛날 헌원황제에 맞서 용맹하게 싸웠던 전쟁의 신이 아니던가. 중국인들이 그렇게 무서워하며 비하시키고 오랑캐 취급을 하던 그를 지금에 와서 헌원, 복희 등과 함께 나란히 세워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자라는 자들이 국가이념에 사로잡혀 진실을 왜곡하여 급기야 남의 나라의 역사, 조상까지 훔쳐가려하다니. 남북한 통일을 대비한 영토 사수하기 및 확장이라는 기치 아래 중국의 학자들이 자신들의 양심을 팔아넘기는 꼴은 일본의 우익학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중국도 겪지 않았던가. 일본의 역사 왜곡을.. 그 때 터뜨린 분노는 모두 거짓이었나.

그보다도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은 우리이다. 우리는 고구려에 대해서도 치우천왕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치우천왕이 다스린 대제국에 대해서 후손인 우리는 모른다. 고구려나 발해보다도 더 광활한 땅을 다스렸던 우리의 위대한 조상에 대해서는 정말 모른다. 그러면서도 200년도 채 되지 않은 동성동본 혼인금지나 열녀문 따위는 너무나 잘 안다. 그것이 전통입네 하면서 말이다. 200년밖에 안 됐으니 자료가 많아 안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위의 것이 전통이 아님을 어찌하랴.

중국인에게 알려진 치우천왕은 B.C. 2716년부터 B.C. 2696년까지 실존했던 인물이다. 또한 지나(중국)족의 대족장 공손헌원(헌원황제. 중국의 시조)과 10여년 동안 70여차례가 넘도록 싸운 오랑캐의 황제이면서 마지막 전투에서 헌원에 의해 목이 잘렸다. 그리고 다들 잘 아는 당태종이 고구려를 함락시키기 위해 원정갔을 때 전쟁의 신으로 추앙받던 치우천왕기를 떠 받들고 갔다가 안시성에서 한쪽 눈을 잃기도 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어찌 자신의 후손을 멸망시키겠다는데, 이(異)족을 도와주겠나...)

 근래 발굴되고 있는 유적지나 유물들, 싸움터 그리고 먼 선조대부터 치우의 무덤을 지켰다는 무덤 지킴이의 말까지 모두 치우천왕의 패배는 부정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패배한 오랑캐의 족장이 전쟁의 신으로까지 숭배되는 건 말이 안되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오랑캐라고 부르며  천시하던 치우천왕을 자기네 역사에 편입시키려 하는 몸부림이 너무나 어리석게 느껴진다. 좋으면 자기 것, 나쁘면 남의 것... 유치원생도 아니면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생각하면 할 수록 화가 나는 일이다. 사실 가장 화가 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노밖에 없다는 거다. 이런 식으로 글을 쓴다한들... 어디까지 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계속해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왜곡과 절도행각에 아파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이순신 장군이 일본인이 귀화한 조선인이고, 세종대왕이 중국인이라는 (기자처럼) 헛소리까지 나올지도 모르겠다. 다들 조금만 우리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우리의 역사는 곧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