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해가 밝았다. 물론 나야 음력을 더 좋아하기에 설이 오기까진 그저 덤덤하겠지..
추위를 많이 타다 보니 겨울을 그닥 반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봄이 더 좋다. 겨울에서 벗어나 드디어 따뜻해지는 계절이니까. 유난히 봄을 많이 탄다.
음력으로 1월 1일이 지나고 나면 어딘가 푸근해진다. 꽃샘추위가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길고 길던 겨울이 더 이상 두렵지 않으니까.
양력으로.. 2008년이 되었다. 어딘가 어색하다. 2007년까지만 해도 한 해가 바뀌면 그 해를 부르는 숫자에 익숙해졌지만, 올해는 왠지 어렵게만 느껴진다.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내 안의 무언가가 바뀌는 걸까...
문득 이 곳 서재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가 떠오른다. 그 때는 정말 많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이젠 꿈도 좋지만, 책임이란 단어가 더 크게 나를 짓누르는 것 같다.
이상하다.. 책임감은 작년에도 느꼈는데...
2007년.. 26년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 건강도 엉망이고, 마음 졸일 일도 많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고, 생각도 헝클어져 있던, 정말 말 그대로 하루 하루 무사히 지난 것만을 감사히 여겼다고나 할까..
물론 내가 싫어하던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고..(ㅜㅜ;;) (최악의 결과를 예상했다. 극도로 양분된 사회, 돈이 모든 걸 지배하고, 아파도 병원 못 가고, 돈 없으면 죄가 되는 그런..)
제일 힘든 건 좁쌀만해진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였다. 불만투성이에다 잘 웃지도 않는 못난이가 된 내 마음... 그걸 알 게 된 게 어이없게도 조금씩 안정되어 가던 때였다.
마음이 편해야 만사가 편한데.. 마음이 그렇게 좀생이 같으니 풀릴 일도 안 풀렸겠다.. 그깟 일 좀 안 풀리면 어때.. 아직 젊은데.. 웃음이 난다.
많은 것을 얻었다는 느낌이다. 내가 좀 더 강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 해가 시작되는데..
나는 좀 더 성숙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