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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환상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6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송기정 옮김 / 민음사 / 2026년 3월
평점 :
현대사회든 과거 혁명 이후 프랑스 사회든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여기 두 사람이 있다. 뤼시앵과 다비드. 뤼시앵이란 남자는 재치가 번뜩이는 천재적인 머리를 가졌지만 그 머리는 이성적이지 못하고, 불타는 시인의 가슴을 가졌지만 그 불은 허영심을 태워버리진 못했다. 다비드는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원하는 바를 만들 능력은 있지만, 사업을 운영할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이용당할 지언정 남을 속이거나 분수에 넘치는 부를 원하지 않는 성실하고 착한 남자였다.
1권은 이 두 사람을 둘러싼 환경을 설명하고, 이들이 곧 맞이하게 될 운명을 예고한다. 구도시 앙굴렘에서 다비드의 아버지 세샤르 영감은 글을 읽고 쓸 줄은 모르지만 인쇄소를 물려받는다. 대혁명 이후 인쇄소 주인이 사망하자 혁명 정부는 인쇄소가 필요했기에 면허를 남발한 것이다. 세샤르 영감은 사업 수완이 좋았고 시대가 그를 도왔다. 그리고 이 수전노 같은 영감은 아들이 자신보다 잘났다는 이유로 혹은 뭐 자기만의 어떤 이유로 아들인 다비드를 등쳐 먹으려고 한다.
뤼시앵의 아버지 샤르동은 군의관 출신 약제사로 단두대에서 처형당하기 직전 뤼방프레 가문의 아가씨를 구출해 도망친다. 그들은 결혼했고 뤼시앵과 에브를 낳았다. 귀족이었으나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뤼방프레 아가씨는 이제 약제사의 아내가 되어 온갖 잡일을 한다.
앙굴렘에 나타난 바르주통 부인은 뤼시앵을 흔든다. 그녀는 자신에게 어울리도록 뤼시앵이 모계의 성을 따르라고 부추겼다. 잘생긴 얼굴에 매력적인 언사를 구사하는 뤼시앵은 바르주통 부인에게 매료되고, 그들은 순식간에 질시의 대상이 되어 이상한 스캔들에 휘말려 앙굴렘을 떠나 파리로 향한다.
일단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이다. 역시 사람이 사는 이야기는 막장이 대세인 걸까. 그 시대나 지금 이 시대나 여러 인간 군상들이 있지만 우쭈쭈해주면 좋다고 잘난 척하다가 패가망신하고 주변인들까지 구렁텅이로 몰고 가는 사람은 꼭 있다. 그렇게 뤼시앵은 여러 번 후회하고 울면서 참회하다가 바로 다시 도박 하러 가는 종류의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런 그를 뒷바라지하는 참한 가족들이 있기 마련이고.
복장 터지는 것 같아도 어쩜 그렇게 그 인간의 행태를 잘 따라가는지 감탄했다. 그리고 망할 것 같으면서도 불사조처럼 살아나는 그를 보며 신기했다. 예나 지금이나 잘생기면 아주 아주 유리한 법이다.
이쯤되면 조금은 다른 의미지만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었다. 안나 카레니나와 레빈이 그들이다. 뤼시앵과 다비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마음이 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