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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로 오컬트 포크 호러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4년 9월
평점 :
'포크 호러'는 호러의 서브 장르 중 하나이다. 민속이나 지역 전통문화를 광신적으로 믿는 폐쇄적인 집단이 광기로 극을 이끌어 간다고 한다. 거기에 오컬트까지 가미되면 민속 신앙의 주술이나 유령 같은 영적 현상은 그 광신적인 집단을 휘두르는 무기가 된다. 그들은 외부와 단절된 채 영적 현상에 매달려 살아가게 된다.
여기, 섭주가 그런 곳이다. 작가가 창조한 도시인 이 곳은 마천루가 즐비하고 야경이 사라지지 않으며 빠르게 돌아가는 그런 도시가 아니다. 이 곳에는 늘 지켜보는 눈이 있고, 조용하면서 음침한 이웃이 있고, 알 수 없는 규칙들이 있다.
이 곳 섭주에는 터주신이 있다. 그 신은 악신일까. 그 신은 자신이 숭배받기 위해 사람들을 외부와 단절시킨다. 폐쇄적인 곳에서는 목소리가 나오기 힘들다. 간혹 의문을 표하거나 규칙을 어기면 어느새 생을 마감하게 되거나 악귀가 되어버리는 수가 있다.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까.
조선시대 때 아들을 낳지 못한 아내, 며느리의 삶은 얼마나 척박했을까. 정조를 지키기 위해 맹렬하게 싸운 것은 어느새 독하고 못된 행실로 변해 버린다. 그저 며느리 배에서 아이가 나오면 되는 것일까. 핏줄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어이가 없어질 즈음이면, 저주 받은 그 별당이 가진 가슴 아픈 사연을 알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하나도 얻지 못한 채 그저 부모와 시부모에게 휘둘리던 그녀는 얼마나 갑갑하고 억울했을까. 그래서 서양에서 마녀로 재판 받고 억울하게 죽은 그녀와 감응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죽은 뒤 열녀비가 무슨 소용인가. 심지어 열녀비는 열녀 본인에게 득이 되는 건 하나도 없지 않은가.
마지막 이야기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저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당에게 찍혀 평생을 노예처럼 살아야 했던 형과 형의 희생으로 도망칠 수 있었던 동생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염전이나 어딘가에서 진짜 있을 법하기도 한 이 이야기를 보다보면 저 악독한 무당에게 얼른 신벌이든 천벌이든 내리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왜곡된 신앙과 신념을 가진 사람이 제일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