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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아가씨
허태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평점 :
어느 날 갑자기 검지 손가락에 노란 털이 자란다면 어떨까? 검지 손톱도 호랑이 손톱마냥 길고 강력하게 쑤욱 자라버렸다면?
3번 째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에 떨어진 태경은 갑자기 손가락이 이상해져 점집을 찾아가기로 한다. 병원에 가기엔 돈도 없고 구경거리만 될 것 같아 그냥 점집에 가기로 했는데, 막상 점집에 갔더니 박수무당이 자신더러 그냥 신이라고.
옛날에 사람을 너무 잡아먹어 큰 죄를 지었기에 억울한 영혼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데... 그나마 악인들을 잡아먹은 공이 있어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악인을 먹는 건 괜찮은가보다. 사람들 눈엔 악인들이 천벌을 받은 것처럼 보여서일까.
호랑이는 예로부터 영물(靈物)이자 산신이기도 했다. 열심히 수행을 해서 도를 닦은 호랑이는 신선이 되었겠지만, 사람을 계속 잡아먹어 창귀만 잔뜩 거느린 호랑이는 악신이었겠지. 어찌됐든 태경의 혼에 깃든 호랑이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사람을 많이 잡아먹어 죄를 지었고, 악인들도 많이 잡아먹어 공이 쌓였다는 이야기는 아리송했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혀 죽을만큼 죄를 지은 악인들은 무슨 죄를 지은 것일까.
그건 아마 이 세상에서 태경이 화를 주체 못하고 호랑이로 변신하게 되는 몇 몇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주로 아이와 관련된 범죄에서 태경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맞는걸까. 내게 힘이 있다고 그렇게 가차없이 잔인하게 죽여도 되는걸까.
가장 공감했던 내용은 태경이 자신에게 깃든 호랑이 힘이 사라질까 두려워한다는 부분이었다. 심지어 태경은 태권도 사범인데다 주짓수도 단련한 몸임에도 더 큰 힘이 있으니 두렵지 않았다. 신체 조건이 좋으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보다 편하다. 작고 약해 보이면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많이 치인다. 무엇이든 편하게 표출할 수 있으니까. 나에게도 호랑이처럼 밝은 눈과 날렵함, 강력한 체력과 큰 힘이 있다면 지나가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전혀 떨리거나 무섭지 않을텐데.
태경은 경찰공무원 시험도 안 됐겠다, 사람들의 억울함도 풀어줄 겸 경찰서 앞에 사주까페를 창업한다. 그러면서 여러 사람들의 사연도 접하고, 사건도 해결하면서 뜻밖의 인물도 만나게 되는데...
재미있게 잘 읽혀서 좋았다. 사건들은 실제 사건들을 기반으로 했기에 더 사실적이었고, 화가 났다. 죄 지은 자가 지은 죄만큼의 벌을 받고 제발 죄책감을 가지고 반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화가 난 호랑이를 안 만날테니, 아니 그래야 사람일테니.
덧붙이자면, 어떻게 취미로 주짓수를 했는데 만두귀가 될까? 레슬링을 했다면 이해가 가는데 주짓수로 만두귀라. 선수부도 아니고 취미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