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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평점 :
여타 다른 고딕 소설과 중복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모르는 이야기도 있어서 즐겁게 읽었더랬다. 읽은 지는 제법 오래됐는데 리뷰도, 페이퍼도 아무것도 안 썼다는 사실을 발견해서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딕 소설은 음침해서 인간의 어두운 면을 닮았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사람은 선한 면도 가지고 있지만 나쁜 면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 같다.
엘리자베스 개스캘의 <회색여인>은 가부장적 질서에서 빠져나온 여자들이 살아가려면 또 다른 가부장 남자에게 의탁하거나 남자가 되는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아망트는 인물 성격이 매우 극적으로 변하는데 지키고자 하는 대상이 생기면 그런 것일까, 살아남기 위해서일까. 신분이 뒤바뀌는 것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하녀가 가부장을 담당하고 영주 부인이었던 마님은 보호받는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마님은 회색여인이 되어 기록을 남겼다.
버넌 리의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버> 역시 <회색여인>과 마찬가지로 흄세로 이미 만났었다. 앨리스라는 여인, 대를 이어 온 저주 같은 사랑,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하지만 무기력했던 앨리스들. 기회가 오자 남장을 한 채 총을 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화가는 이야기를 눈에 담았다. 그리고 결국 파멸한 이는 영국 남성의 전형인 윌리엄 오키였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비밀의 열쇠>는 출생의 비밀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한 남자가 두 여자와 결혼하여 두 여인과 각각의 자녀들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는 정형화된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다. 심지어 이 남자는 이 얽힌 실타래를 풀 방법으로 '자살'을 생각한다. 이런 무책임한 남자가 결혼을 두 번이나 하다니... 하지만 이 인연을 푼 것은 다름아닌 트레블린 부인에게서 은혜를 입은, 또 하나의 자녀인 헬렌의 사촌 폴이다. 폴은 의도를 가지고 트레블린 부인에게 접근했고, 사촌 헬렌의 신분을 회복시키려 했고, 트레블린 부인에게 입은 은혜 때문에 갈등하게 된다.
메리 셸리의 <변신>은 마법 같은 이야기이다. 난쟁이와 몸이 바뀐 귀도는 바뀌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이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귀도는 재산을 탕진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자신을 받아 준 약혼녀 줄리엣마저 배신한다. 그리고 난쟁이와 몸을 바꾸고, 약속한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난쟁이를 저주한다. 도플갱어 단편선 <나의 더블>에 실렸어도 어울렸을 법한 작품이다. 귀도와 난쟁이 둘은 결국 도플갱어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