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테이아 - 매들린 밀러 짧은 소설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새의노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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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테이아는, 단 한번도 살고 싶다고 빈 적이 없다. 돌로 그녀를 빚은 것도 피그말리온이었고, 본심은 그 석상을 아내로 맞이하게 해달라는 것이지만 겉으로는 석상 같은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게 해달라고 기도한 것도 피그말리온이었다. 그리고 피그말리온의 본심을 꿰뚫어 본 베누스(아프로디테)는 그 석상에게 생명이 깃들게 했다. 그 상아 석상에게 갈라테이아란 이름을 준 피그말리온은 그녀와 결혼했고, 딸인 파포스를 낳았다. 파포스는 아들인 키뉘라스를 낳았고, 키뉘라스는 딸인 뮈라를 낳았다. 뮈라는 아버지인 키뉘라스를 사랑했다.


피그말리온이 원한 건 석상이었다. 어쩌면 살아있는 석상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인형이 필요한 건지도 몰랐다. 오로지 자신만이 만질 수 있는. 갈라테이아는 피그말리온이 자신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어떤 선택권도 가지지 못했다. 어린 시절을 가지지도 못했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했다. 아이를 낳겠다는 결정 역시 그녀의 몫이 아니었고, 그녀의 목소리 자체를 낼 기회조차 없었다. 그래서 매들린은 갈라테이아에게 목소리를 주었다. 


프로포이티데스들이 싫어서, 나그네를 희생 제물로 바친 그들을 베누스가 저주하여 최초로 창녀가 된 그들이 싫어서, 피그말리온은 하얀 상아로 갈라테이아를 빚었다. 순결한 처녀로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갈라테이아가 생명을 얻자 처녀로 남겨두지 않았을까? 


갈라테이아는 피그말리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술수를 써야했다. 왜 아무도 그녀가 싫다는 말을 들어주지 않을까? 그래놓고서 그녀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으려 거짓말을 하자 그녀가 나쁘다고 비난할까?


갈라테이아는 생명을 얻고 싶다고 빈 적이 없었다. 살아서 즐거운 일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녀가 생명을 얻은 후 그녀에게는 성관계, 출산, 육아의 경험이 주어졌고, 순결함과 고분고분함이 요구 되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정말로 생명을 얻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갈라테이아의 딸인 파포스는 아들인 키뉘라스를 낳았고, 키뉘라스는 딸인 뮈라를 낳았다. 뮈라는 아버지를 사랑했고, 이는 피그말리온을 떠올리게 했다. 자신이 빚은 자식 같은 갈라테이아를 취한 피그말리온과 혈육인 아버지를 유혹한 뮈라를 보니 어쩌면 운명은 돌고 도는 것일지도.


인간은 어리석고, 본질이 돌인 갈라테이아의 선택은 피그말리온의 폭력적인 사랑에 대한 답인지도 모르겠다. 피그말리온이 자신을 인간으로 만들었다면, 갈라테이아는 피그말리온을 자신과 같은 돌로 만들어보고 싶었는지도. 그러면 조금이나마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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