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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ㅣ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김보영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드넓은 우주에서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건 얼마나 큰 인연인 걸까. 그런 인연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약속하는 건 어떤 섭리에 따른 것일까. 그렇다면 그 '우연'을 그저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성간 여행이 가능하고, 성간 이주가 가능하게 된 어느 가까운 미래, 한 남자와 한 여자는 결혼을 약속하고 결혼식장을 예약하고 친한 사람들을 초대한다. 결혼은 여자가 자신의 가족을 다른 태양계인 '알파 센타우리'로 이주시킨 뒤 지구로 돌아오는 때인 4년 반 후이다. 빛의 속도로 성간 여행이 가능한 때,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남자는 '기다림의 배'에 올라타게 되고, 둘은 그 때부터 아주 긴 시간 동안 떨어진 채 서로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하며 절절한 편지를 쓰게 된다.
청혼 소설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총 3부작이며, 첫 편인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알파 센타우리로 떠난 여자를 기다리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처음 예상과는 다르게, 남자가 탄 배가 다른 시간대를 타기도 하고, 여자가 탄 배가 구호 활동을 위해 시간대가 변하기도 하는 등의 이유로 시작해 기다림의 시간이 점점 늘어나게 되고, 어느 순간 흘러버린 지구의 시간 자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남자는 여자를 기다리기 위해 3D 프린트기로 만든 '밥통'을 가지고 돛단배 같은 작은 배에 올라탄다. 그 돛단배는 빛의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남자는 끊임없이 홀로 우주를 떠돌다 지구로 돌아와야 했고, 간간이 받은 여자의 편지를 위안 삼아 기다림를 이어간다.
그 절대적 고독 앞에 어떻게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기다릴 수 있을까? 처절한 원망도, 참담한 그리움도 모두 남자의 가슴 안에 가둬두고 미치기도 하고 제정신이 들기도 하면서 긴 시간을 감당한다. 그런 와중에도 남자는 모든 감정을 쏟아내듯 편지를 쓴다.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올 거라고 믿으면서.
지구는 파괴되고, 문명은 몰락했으나 그들이 식을 올리기로 한 교회는 여전히 굳건했다. 그것은...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계시는 아니었을까. 몇 번이고 죽을 뻔한 위기가 있었으나 번번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심지어 스쳐지나기도 했던 것은 그들을 연인으로 이어 준 '우연'이 '필연'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광활한 우주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를 만나기 위해 시간선을 여행하는 것은 어쩌면 축복 받은 일일지도 모른다.
내 편지를 그럼 어쩔 거냐고 했더니 모스부호로 바꿔서 우주에 전송한대. 그러면 가까운 데 지나가던 배가 받아서 더 증폭시켜 날려 주고, 또 그걸 받은 배가 더 날려서 전해 준대. 내가 들으면서 와, 참 안전하겠군요, 왜 지금까지 우체부들이 차에서 차로 편지를 던져 전하지 않았나 몰라요, 했어. - P21
내가 여기에 있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그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자제하지 못했을 거야. 그러니까 당신이 나를 살린 거야. 당신이 지금 어느 시대에 있든, 이미 죽었든, 살았든, 무한의 별 무리를 여행하고 있든.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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