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단 한 사람이면 되었다 텔레포터
정해연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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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구 중에 '인정욕구'라는 것이 있다. 식욕, 수면욕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리적 욕구라면,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인 인정욕구는 심리적 욕구라 할 수 있다. 이 욕구는 자신의 존재 가치 등을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인데, 자신이 가치있는 존재라는 믿음을 얻고 자신이 살아갈 만한 존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을 한다. 이 욕구는 사실 외부에서 충족되기 때문에 어릴 때 칭찬을 많이 받는 등 타인의 인정을 많이 받은 경우 내면에 적립되어 어른이 되었을 때 꺼내쓸 수 있다고 한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인정욕구를 충족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타인의 인정이 부족하다면 자신의 인정이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부모님들도 우리들도 모두 심리학을 공부하고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고 교육학을 공부한 게 아닐 뿐더러, 요지경 같은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고 바쁘고 지친 순간이 많은 사람들이라 이상적인 훈육은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점점 세계는 하나가 되어 가지만 개인은 혼자가 되고, 연결된 세상에 노출되는 이미지는 삶의 기준을 왜곡시킨다. 보이는 것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고, 자신의 기준과 다르면 거부하면서 밀쳐내고, 무리에서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 타인을 꺼려하고 밀어내고, 그 기준이 자신조차 얽어매면서 모두들 상처 받고 외로워진다. 


그런 곳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랑은 받아야 알 수 있는 것인데?


그래서 이 책의 결말이 좋았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는 말은 참 좋은 말이고 쉬운 말이지만, 실천은 아주 많이 어려운 말이다. 막상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기 어려우니까. 그래서 나를 사랑하는 것이 타인을 공격하는 일이 되기도 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되기도 한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사실,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사랑해주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 아주 작은 일이라도 무언가 따뜻한 칭찬을 받았을 때 느꼈던 기분을 기억한다. 그 기억은 어른이 되어서 아주 힘들 때 떠올리면 마음의 저 구석부터 따뜻해지며 뭔가 힘을 주는데, 신기하게도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 물론 그 기억 너머에 줄줄 따라나오는 아주 부정적인 기억들도 있지만 말이다. 살다보면 상처가 되는 일들이 아주 많으니까. 그래도 단 하나의 따뜻한 기억이 빛이 번져가듯 어둠을 밝혀주지 않는가. 힘든 일들을 거름 삼아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단 한 사람의 칭찬, 인정이 훗날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는 것이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이 책의 주인공인 은아가 미래의 은아에게서 받은 인정처럼, 그리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가족의 사랑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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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3-27 0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기 자신을 좋아하기 말처럼 쉬운 게 아니죠 그런 거 잘하는 사람 부럽기도 합니다 사람한테는 많은 사람이 아니고 한사람이면 되기도 해요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


희선

꼬마요정 2023-03-27 18:37   좋아요 1 | URL
진짜 쉽지 않죠? 그런 거 잘 하는 사람 너무 부럽습니다. 있거든요, 진짜... 없을 줄 알았는데 있더라구요. 어릴 때 못 받은 거 지금 와서 어쩔 수 없으니, 이제라도 하나씩 인정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하나라도 나의 좋은 점을 발견하면 참 기뻐요. 아주 작은 거라도 발견하려고 하구요. 하다못해 길에서 넘어져도 일어났으니 잘 했어. 이런답니다. ㅎㅎㅎ 희선 님께는 인정을 주는 사람이 있었나요?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성공한 것 같습니다^^

공쟝쟝 2023-03-27 11: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정님 지당한 이야기지만 반복이 필요한 말씀! 요 책도 은아가 은아한테 하나봐요? ㅋㅋㅋ 최진영 작가의 <내가 되는 꿈>도 그렇던데!!
다들 아는 게죠… 한국사회의 빠른 변화만큼 부모들의 양육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걸… 저는 제가 삶에서 반복하는 무의식적 실수들이 부모님 때문이라는 게 정말 너무 인정하기 싫지만 계속 상담실 다니면서 받아들이고 있거든요 ㅠㅠ (그리고 그 뒤에는 가부장제가 있돠…)
소설가들은 알고쓰는 건지 모르고 쓰는 건지 ㅋㅋㅋ 제가 <가치있는 삶> 읽고 느낀점과 같은 느낌이 이 소설에 있는 것 같다는! 담아 보겠습니당😀

꼬마요정 2023-03-27 18:34   좋아요 2 | URL
은아가 은아한테이긴 한데 읽어보시면 하나가 더 있답니다.^^
양육방식은 바뀌어야 해요. 우리 모두 어린 시절 아픈 기억이 많은 걸 보면 참 안타깝지요? 저의 경우는 엄마의 불안을 떠안아서 저희집 삼남매가 다 불안증세가 있답니다. 몰라서 그러셨겠지만 커서 알고나니 싫네요 ㅜㅜ 그 외에도 부모님이 물려준 여러 증상들이 있는데, 참 극복하기 힘듭니다. 엄마랑 닮은 부분은 진짜 치를 떨며 고칠려고 하는데... 씁쓸하죠. 엄마랑 사이 좋은 집들 보면 좀 놀라요 ㅎㅎ

그래도 저는 저를 사랑합니다. 안 그런 때도 많지만 사랑하는 때도 많으니 그러려니 합니다. ㅎㅎ 좀 더 사랑할 수 있으면 좀 더 자신감이 생길텐데 안타까워요. 어릴 때 좀... 인정 좀 주지... 싶기도 하구요 ㅎㅎㅎ

이 소설... 비싸요ㅠㅠ 저 책 왔을 때 보고 깜짝 놀랐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