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장르소설 4 이달의 장르소설 4
박상현 외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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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귀엽고 풋풋한 이야기들도 있고 슬프고 가슴 시린 이야기들도 있다. 이달의 장르소설이라고 붙여진 이 책에도 갖가지 이야기들이 자리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나름대로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박상현 작가의 <거울아 거울아>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단어가 아닌가.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 뒤에 나올 말을 안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니?' 


내가 알지 못하는, 어쩌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 도래할지도 모를 그런 세상에서 '거울'은 질문에 답을 하는 '기계'이다. 백설 공주의 계모가 가진 거울이 '마법'으로 작동하는 것이었다면, 이 거울은 전기와 인공지능 등 과학 기술로 작동하는 '기계'이다. 기계 거울은 세상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아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 질문에 대해 답을 한다. 그리고 하루에 질문 갯수는 세 개이다. 


거울은 한 때 자신에게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물어 본 이가 있었다 했다. 거울은 그 질문을 한 이가 자신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할 때는 그녀라고 답했고, 자신이 아닌 다른 이가 예쁘다고 생각할 때는 그 다른 이가 제일 예쁘다고 답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결국 정답인걸까.


이런 기계가 있다면 무엇을 물어볼까? '나'에 대한 것을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타인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상대가 나를 사랑한요?', '그 아이의 부모는 어디 있는가요?', '그 사람의 약점은 무엇인가요?' 


이 이야기에서는 다행히도 그 '선'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를 좋아하면서 상대를 존중하는 이런 당연함이 언제까지 유지될까? 이미 많은 것들이 노출될 수 있는 세상에서 인공지능은 누군가에게 이런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이 정보를 널리 이롭게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더럽게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사자의 동의 없는 개인 정보가 이롭게 사용될 리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미래의 로맨스는 이렇게 그래도 풋풋하게 마무리 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이사교 작가님의 <엄마, 제발 그 별로 돌아가세요>이다. 엄마란 존재는 정말 외계인일까? 이 소설을 쓸 때 작가의 작가노트에는 '나를 웃기기 위해 쓴 글'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작가의 목표는 달성되었고 나도 웃었다. 다만 좀 슬프기도 했다. 엄마는 엄마라는 정체성 외에 다른 정체성을 가지면 이상한 걸까? 엄마는 다정한 엄마 아니면 억압하는 엄마 외엔 없는 걸까? 결국 작가는 엄마를 희화화하며 웃지만, 과연 그 웃음에는 웃음만 있는 것 같지 않다. 아빠가 아닌 엄마가 그 별로 돌아가야 하는 건 엄마를 위해서일까?


세 번째 이야기는 소향 작가의 <모르페우스의 문>이다. 학교 폭력은 용서할 수도 용서받기도 힘든 일이다. 아직 성인이 되기 전, 같은 또래에게 당한 폭력은 피해자의 전 생애를 뒤흔든다.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는 그냥 평범하게 잘 살아가겠지. 그래서 역지사지를 보여주려고 피해자의 경험을 가해자의 뇌파에 연결해 피해자의 고통을 겪게 하였지만, 그래도 뉘우치지 않으면 어떡할까. 처벌이 교화에 실패하자, 피해자의 엄마는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는 어찌하여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할까? 이럴 때 피해자의 사적 복수에 우리는 어디까지 눈을 감아야 할까? 눈을 감아도 될까?


"6월 24일 오후 5시 40분

 그는 다시금 교실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혼자 감내해야 했던 그 외로움과 고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네 번째 이야기는 박향래 작가의 <심청전>이다. 무슨 가난의 대물림도 아니고 심청이의 인생이 비참함을 되풀이 한다는 게, 심청이를 이런 식으로 소비한다는 게 속상했다. 심청은 가난해서, 배우지 못해서, 부모가 버려서 등등의 이유로 각 생을 힘들게 살았다. 단 한 생이라도 부모가 제대로 보살펴주었더라면, 교육을 받았더라면 그런 선택들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 미래 사회에서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된다. 현재의 추세라면 인간이 존중해야 할 존재는 점점 늘어갈 것이지만, 인간의 이기심이 또 어떻게 발현되어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인간은 언제나 생각하고 고민하고 감시하고 감사해야겠지. 이야깃거리로 소비하는 심청이가 더 이상 슬퍼하지 않도록. 옛날 이야기의 끝은 '그래서 주인공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인 게 좋지 않을까.  


다섯 번째 이야기는 김정민 작가의 <오토바이>이다. 학교 폭력의 아픔은 여기서도 되풀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낯선 모습을 보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도 잘 모르는데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긴 어렵다. 게다가 사랑하는 이의 상처가 과거에서 온다면, 내가 어찌해 줄 수 없는 그 과거의 일이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허나 온전히 이해하고 이해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보듬어주려 하는 수 밖에. 그렇게 함께 하는 것이지 않을까. 


여섯 번째 이야기는 박상호 작가의 <귀신은 있다>이다. 가족이란 곁에 있을 때는 몰라도 떨어져 있게 되면 그 빈자리를 느끼고 소중했음을 알게 되는 존재일까. 엄마의 잔소리도 동생의 신랄함도 있을 때는 성가시지만 제대로 된 작별인사 없이 사라지면 그리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삶이니 언제가 마지막이 될 지 알 수 없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해 순간을 살아야 하지만, 찰나 찰나 스쳐가는 감정을 다스리기엔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귀신이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산 사람이 아닌 죽은 사람이라도 함께 하고 싶은 그 외로움과 그리움이 인간의 어리석음이라기엔 너무 사무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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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1-29 0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군요 달마다 나오는 것 같네요 여러 이야기가 있는 건 좋은 거죠 거울이 인공지능 재미있군요 개인정보는 다른 데 쓰이면 안 될 텐데...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사람인데 그런 걸 생각하면 좋겠네요 지금은 엄마가 아이만 바라보지 않겠지요 학교 폭력뿐 아니라 피해자 마음을 가해자는 잘 모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자신이 그런 처지에 놓인다 해도 잘 모를지도...

꼬마요정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꼬마요정 2023-01-29 15:33   좋아요 1 | URL
달마다 여러 소설들을 선정해서 책으로 나오더라구요. 점점 글을 올릴 수 있는 창구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좋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적겠지만요. 가해자는 자신이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우리 사회는 처벌이 아니라 교화가 목적이어야 할 것 같은데 처벌도, 교화도 쉽지 않은 듯 합니다. 많은 사회적 합의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희선 님 남은 주말 행복하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3-01-29 1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섯개의 이야기가 모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네요. 요즘 한국문학의 소재의 범위가 많이 넓어진 느낌이 확 오네요. ^^

꼬마요정 2023-01-29 15:50   좋아요 2 | URL
정말 한국문학 소재 장난 아니에요. 점점 더 넓어지겠죠. 우리나라 소설의 역사가 그리 길진 않지만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읽을 거리들이 너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