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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조지프 헨릭은 현대 서구 문명의 번영을 가져 온 키워드로 5가지를 제시했다. 책 제목인 'WEIRD'가 그것인데, 저자는 '위어드'를 뜻 그대로 이상하기도 하다면서 이렇게 풀이했다. W = western 서구의, E = educated 교육 수준이 높은, I = industrialized 산업화된, R = rich 부유한, D = democratic 민주적인 이라고 말이다. 정말 인간은 이상한 생명체다.
사실, 요즘 식민지 수탈의 역사나 프랑스 혁명 등과 관련한 자료를 보다보니 이 책은 조금 이상하게 다가왔다. 저자가 밝힌 그대로 수집하고 분석한 자료들의 실험에 참여한 참가자들 대부분이 북유럽, 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출신들이며 그 중에 70퍼센트 가량이 미국 대학생이었다고 한다. 편향된 표본으로 어떻게 서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를 말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자신이 말하는 '위어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그들이 '위어드'하다고 말하는데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뭔가 긍정적인 태도들이 나오니 저자는 상당히 재치있는 사람인 듯 하다. 우리 식으로 하면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를 부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싶다. 왜 그런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를 선택했을까?
저자는 이 '위어드'한 사람의 특징으로 분석적 사고, 개인주의, 비개인적 친사회성을 말했다. 이들은 전체론적 사고 보다는 분석적 사고를 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수치심 보다는 죄책감을 훨씬 많이 느끼고, 친족 등 내집단에 대한 편애가 덜하고, 낯선 사람이나 비개인적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이들이 이런 속성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종교'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기독교'의 '결혼 가족 강령'이 친족 집단을 해체하여 개인주의와 비개인적 친사회성을 띄게 만들었고, '프로테스탄티즘'이 주장하는 '성경을 통해 신과 직접 소통한다'는 점이 문해력을 높이고, 죄책감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노동'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분석적 사고가 법률이나 제도에 미친 영향은 저자가 설명하는데 친족 기반 제도에 얽매인 채 자라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상호연계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약한 유대 관계로만 사회를 경험하면 자신의 개인적 성향 등을 고려하여 타인과 상호이익이 되는 관계 쪽을 형성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 법률이나 제도가 개인의 권리를 옹호하는 쪽으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타인과 상호이익이 되는 관계 쪽을 형성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그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 형성을 선호하지 않는가.
로마가 기독교의 한 종파를 받아들인 이후 교회가 주장한 '결혼 가족 강령'은 혈족 간 결혼을 금지하고 비기독교인과의 결혼을 금지하고 신혼부부가 독립 가구를 구성할 것을 장려하고 개인적 자산 소유와 개인적 유서에 의한 상속을 장려하고 일부다처를 금지했다. 이 일이 친족을 해체하고 결혼 할 기독교인을 찾아 거주지를 이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회가 이동과 더불어 스스로 필요한 단체들도 만들면서 도시가 성장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런데 영국의 경우는 여자가 상속을 받지 못해 사촌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가. 수치심 보다는 죄책감을 느낀다는데, '발견' 내지는 '성전'이라는 이름으로 내집단이 아닌 집단을 학살하고, 마녀 사냥 등으로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학살하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노예로 착취하고, 만민이 평등하다면서 여전히노예가 있고 여성의 사회활동을 막고 이념이 다르면 죽이지 않았나. 낯선 집단을 신뢰하는 비개인적 친사회성이 과연 맞는지 좀 의문이었다. 이 속성 때문에 상업이 발달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결혼 가족 강령과 더불어 '선교'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는 태도가 함께 위어드한 성격을 형성한 것은 아닐까. 죄를 지었을 때 속죄의 의미로 더 열중하게 되는 '노동' 역시 저자의 말처럼 상업이 발달하고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 같다.
솔직히 W에는 서구의 뜻과 함께 White 백인 이란 단어도 넣어야 할 것 같고, 곁가지로 남자란 단어도 넣어야 할 것 같다. 위어드한 사회가 거주 이전의 자유도 있고, 교육 받은 사람도 많고, 경제적 자유도 있다는데 그 대상은 대부분이 남자였으니까. 나는 도제 제도에 여자가 있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수녀원은 사생아 등 사회에서 버림받은 여성들의 수용소로 전락하지 않았던가.
사실 번역이 별로여서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때론 반대로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 읽기 힘들었다. 게다가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것은 인과관계가 아닌데 헷갈리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이해를 못한 부분도 있고, 내가 가진 지식이 일천하여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들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은 '심리학'이다. 심리학을 바탕으로 인류학을 엮고 각 시대의 역사를 종합하여 유전적 진화마저 넘어서는 문화적 진화를 이야기 한다.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특이하였고,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문화적 진화란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정말 인간은 이상한 생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