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오정희의 기담 -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오정희 지음, 이보름 그림 / 책읽는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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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옛날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원도에 전해지는 전설이나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제주도 전설이나 다른 각 지방에 있는 민담과도 결을 같이 한다.

마지막 고씨네 이야기는 아마 중국의 강태공 이야기가 더해진 것처럼 보인다. 강태공은 나이 여든이 되어서야 주 문왕에게 등용되는데, 그 때까지 공부만 했고 70부터는 낚싯줄만 드리우고 있었으니 아내가 당연히 화가 나고 구박할 만했다. 그런데 화를 내고 도망갔던 아내가 돌아오니 쏟은 물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 누가 먹여살려줬는데 그딴 식으로 지 유명해지는 일화를 만들었지만 역사는 강자의 기록이니까, 슬프게도.

고씨네 이야기도 비슷하다. 내내 글만 읽느라 밖에 비가 와도 말리던 곡식을 안으로 들이지 않던 남편이 당연히 밉지 않을까.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아내가 밭도 갈고 남의 집에 일도 해주고 이렇게 살아가는데 말이다. 그래놓고 훌쩍 과거 보러 떠나서 몇 년을 안 오면 어떻게 기다리란 말인가. 인편에 편지라도 보내주지. 그래서 아내는 재혼을 하고 재혼한 남편이 죽자 떠났던 남편이 과거 급제해서 돌아왔다. 남편은 아내가 재혼했기에 함께 할 수 없다 내쳤는데 그 방식이 저 강태공과 같았다. 아내는 결국 멍하게 있다가 죽었는데 남편이 아내가 죽은 자리에 막대를 꽂고 색색의 헝갚을 달아 넋을 기렸다고 한다. 그 자리에 사람들이 지날 때마다 ‘고지네’ 부르며 떡조각 등을 막대에 붙이거나 놓았는데 그게 지금의 ‘고시레’가 되었다고. 그 아내의 성이 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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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2-06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시레가 그런 뜻이었군요??
고지네~
불쌍한 여인이었네요ㅜㅜ

꼬마요정 2022-12-07 21:21   좋아요 1 | URL
그쵸? 저도 너무 안타까웠답니다.ㅠㅠ 하여간 이기적인 인간이었어요. 그 남편이란 놈!!

바람돌이 2022-12-06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남편들만 나오는건가요? 그럼 책 읽다가 속터져 죽을거같아요. ㅠ.ㅠ

꼬마요정 2022-12-07 21:23   좋아요 0 | URL
남편은 저렇구요, 남동생은 누나 은혜 잊어버리고, 오빠는 여동생 덕에 좋은 데 장가가고 끝나구요. 뭐 옛날 이야기라는 게 다 여인네들의 피 땀 눈물을 갈아 남정네들 성공하는 이야기라고나 할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