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의 언어 - 《런던 리뷰 오브 북스》 편집장 메리케이 윌머스의 읽고 쓰는 삶
메리케이 윌머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돌베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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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쓸 때 근거를 들어 안 좋은 소리를 하는 건 내가 참 못하는 일이다. 좋으면 어쨌거나 좋게 보고 좋은 점을 적을 수는 있는데 싫으면 그냥 안 적고 만다. 나한테 자신이 없어서겠지, 혹은 나한테 싫은 소리 하는 걸 못 받아들이는 건지도. 어쨌거나 메리케이는 싫은 소리 잘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메리케이가 말한 것처럼 ‘서평을 읽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서평에서 다룬 소설 자체를 읽어보는 일이 없다’ 라고, 나도 이 책에 나온 책 안 읽고 싶어졌다. 샬럿 브론테의 <빌레뜨>는 읽고 싶었던 거니까 빼고.

아, ‘티격태격’에서 바버라와 시릴을 보니 이 사람들한테는 절대 결코 책을 빌려주어선 안 된다!! 시릴이 책을 빌려 와 읽을 때 책갈피 대신 얇게 저민 베이컨을 책장 사이에 끼워두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p.245)고.

우리나라랑 영국이랑 문화가 달라서 안 맞는 부분도 많은 듯 하다. 요즘 읽고 있는 <서울 리뷰 오브 북스>가 더 맘에 든다. 다만 런던이 유럽이고 영국이 세계의 중심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인용문들은 대부분 그들만의 것 같아서. 우리보다 많은 소설, 에세이, 과학적 성취 등이 있다는 건 좀 부럽다.

어떤 지면에 실린 것이건, 아마 서평을 읽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서평에서 다룬 소설 자체를 읽어보는 일이 없을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평은 소설의 대체물로서, 서평을 읽는 이들에게 서평가의 경험이라는 또 하나의 차원을 더해준다. 그렇기에 서평가가 소설 속에서 삶이 기록되는 방식에 홍미를 보이는 것이리라(소설 속에서 묘사하고 있는 세계가 사회학적으로 구체적일수록 서평가들은 자신 있게 "극장의 톤과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영화의 모든 요소를 흠 잡을 데없이 묘사한다" 같은 말을 쓴다). 서평가들은 실험 · 상징 ·알레고리 따위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며("어쩌면 여기엔 내가 놓친알레고리적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있었다 해도 키팅 선생은 이 알레고리를 밀어붙이지 않았으며, 나 역시 이쪽이 좋다고 생각한다"), 원대한 계획이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소설이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는 드물다. 책이의도를 드러나지 않게 숨기고 있다는 이유로 칭찬을 받는 일도 왕왕 있다. - P98

한편 세계 최고의 정신분석가조차 우리보다 더 나은 존재가 아니라면, 프로이트주의자들은 어째서 위대한 아버지프로이트라는 상을 유지하고자 그토록 안달복달해온 걸까?
또 그 상을 파괴하는 것을 그토록 많은 이들-대체로 정신분석학과 느슨하게 혹은 한때 연관을 맺었다-이 중요하게여기고 이를 위해 분투했던 이유는 뭘까? 정신분석학에는 지나치게 많은 가족 로맨스가 깃들어 있다는 말을 일삼은 것은 정신분석학을 폄하하고자 한 이들만이 아니었다. (그린이 지적하듯, 프로이트나 아브라함이나 페렌치로부터 정신분석을 받았던 아무개로부터 정신분석을 받았던 정신분석가로부터 정신분석을 받는다고 자랑하는 정신분석가가 얼마나 많은가? 물론 나는 내 친척 막스 아이팅곤으로부터 정신분석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여태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다.) 어쩌면 아버지에 대한 도리라는 것이 결정적 역할을 해온 정신분석학의 역사 자체가 프로이트 이론을 지지한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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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22-10-16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그치만 저는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서평이 너무 어렵더라구요 --;;

꼬마요정 2022-10-16 20:23   좋아요 1 | URL
저도요, 그래서 메리케이가 서평 쓴 책들을 읽고 싶지 않아졌어요. 서평이 너무 불친절하기도 했구요. 다만 쓴소리 하는 건 배워야겠다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