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의 이야기에서 말괄량이 인어 공주는 난파된 배에 탄 사람 왕자를 구해주고 그에게 반해 목소리를 주고 인간 다리를 얻어 왕자에게 가지만, 끝내 물거품이 된다. 진심을 전하지 못한 인어 공주는 물거품이 되었지만 선한 일을 하다보면 영혼을 가지게 된다고 하며 끝이 난다. 이 이야기에는 물거품 말고도 ‘재’가 있다. 인어는 물거품이 되고 인간은 재가 된다. 물과 불이 함께 할 수 있을까? 섬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무녀 마리와 사람과 섬을 위해 존재하는 인어 수아. 둘은 외로웠고 사랑했다. 이기적인 인간들이 그들에게 해를 입히기 전까지는 몸은 힘겨웠지만 행복한 순간들도 많았다. 하지만 누군가를 희생해서 자신들의 안녕을 구하는 인간들의 추악함과 불행을 남탓으로 돌리는 인간들의 어리석음 때문에 마을은 불타오르고 마리는 재가 되고 인어는 물거품이 된다.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둘의 사랑. 몇 번의 삶을 더 살아야 둘은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리고 연약해 보이는 여자는 술에 취한 남자들에게 먹잇감으로 보이나 보다. 짝짓기에 미쳤는지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같은 마을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잘못을 미안해하고 사과하는 사람은 그의 아내, 딸, 어머니이다. 정작 잘못한 사람은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곁에 있는 여자들이 사과하러 다니는 건 우스꽝스러운 일이지. 그냥 사람이다. 꽃을 보고 좋아하고 초콜릿 퐁듀를 잘 만들고 아이들을 잘 돌보는 그런 사람. 누군가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고 누군가의 힘든 일을 대신해주고 누군가의 삿된 바람을 들어주는 도구가 아니라. 그래도 그들이 살았던 건 그들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웃어주는 따뜻한 사람들도 많아서이다. 하나의 악의는 또 다른 이의 선의로 옅어진다. 그렇게 둘은 섞일 수 있을까? 재와 물거품이 악의 가득한 세상에 물들지 않고 본래 선량한 마음 그대로 사랑을 나누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