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개주막 기담회 케이팩션
오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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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들을 각색하기도, 새롭게 만들기도 한 기이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어느 시대든 사연 없는 이가 있겠냐만은 평범하다고 여긴 이들의 사연일수록 더 기구한 듯 하다. 게다가 어린 아이를 주술의 도구로 이용하는 건 정말 천벌 받을 짓이다. 어린 아이를 대나무통에 넣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배고픈 아기가 강렬한 젖 냄새에 팔을 뻗을 때 그 팔을 잘라 도구로 삼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열녀문 역시 마찬가지. 슬프게도 어디든 약하고 약한 상대를 짓밟는 짐승 같은 것들이 있다.

굳이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사회상을 보여주거나 듣는 이가 공감할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네가 그린 그림들을 보니 하나같이 기이하거나 괴기스러운 이야기뿐이구나. 주막에서 일하면 보고 듣는 것이 많을 텐데 어째서 특별히 이런 이야기에 마음이 끌린 건지 물었다."
"그, 그건…."
선노미도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순 없었다. 일상에선 좀처럼 볼수 없는 매우 특별한 이야기,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이야기는 언제나 선노미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거나 그리고 있을 때면 주막집 허드렛일을 하는 자신의 신분도, 매일같이 반복되는 고된 노동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네가 그린 이야기는 지식을 알려주지도, 충효를 가르쳐주지도 않 - P357

는다. 백년 묵은 여우나 처녀 귀신 같은, 어찌 보면 황당하고 뜬구름잡는 얘기지. 왜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지?"
선비는 선노미를 질책하는 것 같지 않았다. 얼굴에 순수한 호기심이 어려 있었다. 거기에 용기를 얻은 선노미가 간신히 대답했다.
"저는 어떤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을 할 때 사람들은 울고 웃었습니다. 저도 먼발치서 이야기를 엿들으며 속으로 같이 기뻐하고, 화를 냈습니다. 그러니 황당하고 뜬구름잡는 얘기라도 얕잡아볼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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