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북 : 무삭제판 - 할인행사
폴 버호벤 감독, 세바스티안 코치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극장무료초대권이 생겨 본 영화가 이거였다. 예고편이 너무 멋져 보여 선택했는데... 감동적이고 충격적인 실화라느니, 아름다운 로맨스라느니, 엄청난 반전이라느니... 다 아니올시다였다.

부유한 유태인 집안의 딸 레이첼. 그녀는 독일군을 피해 숨어있다가 어떤 브로커를 만나 온 가족이 탈출을 감행한다.그러나 부유한 유태인들만이 모여있던 그 배를 독일군들이 습격하게 되고 운 좋게 혼자 살아남은 레이첼은 반군에 가입한다. 그리고 어떤 작전의 실패로 자신이 스파이가 되어 독일군에 잠입하게 되는데...

이 영화가 여타 다른 유태인 관련 영화와 다른 점은 유태인만 피해자가 아니라는 걸 나타낸 것에 있다. 영화에서 레이첼은 자신의 가족, 유태인에 대한 복수로 독일군에 잠입한 거고, 반군은 네덜란드의 독립을 위해 싸운다. 완전히 유태인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의 상황을 배경으로 한 거다. 또 하나 유태인만 피해본 게 아니라는 거. 네덜란드는 독일군에 의해 점령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네덜란드인에 대한 학살 또한 무자비하게 이루어졌다. 그런 모습들, 특히 반군을 고문하는 장면이라든지, 굶주림에 지친 아이들의 모습을 비쳐주며 모두가 희생자였음을 알려준다. 이때까지 유태인 영화는 유태인들만이 피해자이자 희생자인 척 했더라면 이 영화는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허무하며,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주인공인 레이첼의 인생은 전쟁 앞에 찢어진 종이조각보다 더 하찮게 느껴진다. 레지스탕스라지만,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 누구를 위해 일을 하는건지 알 수가 없다. 독일군 장교 문츠를 사랑하게 되면서,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더 더욱.

결국 온갖 음모가 파헤쳐지지만, 누구도 승리하진 못했다. 누구도 온전한 피해자는 없었다.

마지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교전 장면을 보며 독일군과 같은 면을 보이는 유태인들의 모습이 추악해 보였다. 피해자라고 온갖 야단을 다 떨면서 버젓이 남의 땅 빼앗아 살고 있는 거 보면 그들이 정말 피해자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어느 정도  작품성을 가지지만, 주인공인 캐리스 벤 허슨의 성적 매력을 아주 매력적으로 상품화했다. 영화에서 여주의 노출은 흥행의 필수조건인가. 아름답고 유쾌한 미녀인 레이첼. 그녀와 어울리는 캐스팅. 영화에서 레이첼은 몸까지 팔면서 스파이 노릇을 한다. 자, 그러고나서 돌아오는 것은.. 화냥년이라는 돌팔매질이지.. 어째서일까. '말레나'라는 영화가 내 머릿속을 스쳐간 것은.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정조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살아남기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 여자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 영화였다. 다만 로맨스도 좀 부족하고 반전도 약했다. 하나만 집중적으로 이야기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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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0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존'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꼬마요정 2007-06-05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촌철살인입니다. 한사님~~^^

2007-06-05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07-06-0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저는 킬빌을 그렇게 보았답니다.ㅋㅋ

다락방 2007-06-06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격적인 반전에 혹해서 극장가서 봤다가 뒤통수만 맞고왔어요. 설마 저게 다인걸까, 했더니 정말 그게 다더군요. --
그리고 뭐가 샤론스톤보다 매력적인 여주라는건지...

꼬마요정 2007-06-06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반전이 있기나 했나요?? ^^;;
여주가 예쁘긴 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