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주짓수 도장을 다니며 알게 된 동생이 폭탄을 던졌다.

 

"언니, 나 임신했어."

 

지금이 7월 중순이니까, 2020년 들어서 7개월 가까이 지나는 동안 반려동물도 떠나보냈고, 친한 후배도 떠나보냈고, 역병이 창궐하는 등 수많은 일들을 겪어내는 와중에 들은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죽음이나 병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죽음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삶이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면, 나보다 겨우 두 살 어린 아는 동생의 임신은 지금 살고 있는 내 삶에 파문을 일으켰다.

 

나는 남편이랑 상의해서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출산과 육아는 내 삶에서 그닥 신경 쓸 부분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혹은 기타 다른 일들을 할 때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하던 것들을 멈춘다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안 해 봤던 거다.

 

이제 그 아이는 주짓수 도장에 오지 못하겠지. 애를 어느 정도 키우고 다시 오기란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시작한 것도 엄청난 용기였을텐데, 나랑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서 같이 파란띠를 달았는데 너무 아쉬웠다.

 

그러면서 주위를 돌아보니 왜 나보다 나이 많은 여자가 없는지 알 것 같았다.

 

여자이기 때문에 처져 있는 한계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주짓수를 시작할 때 여자가 그런 걸 해? 와, 진짜 대단한데...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당연히 남자인 남편이 먼저 시작했거나 하고 싶어하지 않았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남편과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어 시작했고, 남편은 따라왔다가 재밌어보여서 같이 하게 된 거였는데.

 

이런 운동도 아이를 낳는 순간 정말 끝까지 하기 힘들겠구나 느꼈다. 사실,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주짓수 뿐만 아니라 이번 여름에 서핑도 하고, 겨울엔 서예를 해볼까 생각하고, 또 다른 무언가 재미있는 게 뭘까 하며 살고 있는데, 거기에 '자식'이 들어가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느꼈다. 지금껏 주변에서 친동생조차 언니 부러워~ 할 때 아무 생각 없었는데 이번엔 충격이었다.

 

덕분에 수많은 어머니들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고 사는지 격하게 알게 됐다고나 할까.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기쁨은 기쁨이고, 잃어버린 건 잃어버린 거니까. 둘은 결코 상쇄되지 않겠지. 내가 아무리 즐겁게 지내더라도 그 기쁨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엄마들이 자유를 갈망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일테니까. 그리고 세상이 그녀들에게 보다 더 관대해지면 좋겠다. 엄마도 사람인데 어떻게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까.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현대물리학을 떠받치는 중요한 두 기둥이라고 한다. 그런 두 개의 이론이 블랙홀에서는 서로 맞부딪친다. 진실이라고 믿는 중요한 두 가지가 어떤 상황에서는 서로에게 위배되는 것이다.

 

 엄마라는 존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동안 엄마는 희생으로 점철된 상징이었다. 엄마는 언제나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그래서 일을 하더라도 가족에게 소홀하면 안 되는 존재였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사람인데? 그러니 사람이라서 느끼고 원하는 것들에 관대해지길. 그리고 세상 앞에 더 당당해지길.

그래서 이 강연에서 내가 전하려는 바는 블랙홀은 흔히 블랙홀이 칠해져 있는 것처럼 검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때 상상했던 것처럼 영원한 감옥도 아닙니다. 블랙홀 바깥으로 물건들이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 우주로도 나올 수 있지만 다른 우주로도 가능합니다. 그러니 만약 여러분이 블랙홀 속에 있다고 느껴지면, 포기하지 마시길. 나갈 길은 있습니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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