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가 바람났다
송강희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남자의 성적욕구는 어쩔 수 없다고, 본능이라고 주장한다. 여름만 되면 여자들의 노출이 심해서 그랬다는 둥 강간범, 성희롱범들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 넘긴다. 더 웃긴 건 그 변명을 타당하다고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다.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긴 한데, 우리나라 법조문은 대부분이 이성적인 남성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즉, 적절한 연령 이상의 남성은 모두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사고할 줄 안다는 뜻이다. 반대급부로 여성은 남성보다는 좀 뒤떨어지는 존재란 소리인데... 자신들이 명철하고 이성적이라고 주장하면서 꼭 성이라는 부분에서는 동물적이고 본능적이라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난 그런 남자들을 보면 한마디 해 주고 싶다. 똥 마렵다고 길 한 복판에 똥 누겠냐고!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예의범절을 배운 본능을 통제할 줄 아는 이성을 가진 동물이다. 그런 인간이, 그것도 남성 지 혼자만 유독 성본능을 억제하지 못할까. 지금이 인구가 너무나 줄어서 생존에 위협을 받는 시기도 아니고 (인구가 줄고 있는 게 심각하긴 한데, 그런거에 상관없이 쭈욱 그래왔다.) 섹스를 위해 역사적 사명을 띄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이 세상 여자가 전부 자기네 여자도 아닌데 왜 매춘에 동의하고, 일부다처제를 꿈꾸는 지 이해할 수 없다. 결혼할 때는 일처일부에 동의했을텐데, 나중에 자기 편할 대로 해석하는 걸까. 좀 냉정하게 이야기 하면, 결혼도 계약이다. 결혼할 때, 부부가 되었을 때 둘은 모두 서로만을 바라볼 것에 동의하고, 혼인신고를 통해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래놓고 나중에 일처일부의 부당함을 핑계되면 안 되지 않나. 사업할 때, 집을 살 때 계약서는 거의 절대적인 존재다. 어기면 적절한 처벌이 따른다. 그 논리는 잘 알면서 세 살 먹은 애도 아닌 어른이 유부남이란 신분을 망각한 채 다른 여자한테 집적거리면 안 된다. 여자가 먼저 접근했다는 둥, 유혹당했다는 둥 그런 변명도 하지 말길... 그건 자신이 상대에게 먼저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닌가. 모두에게 좋은 남자가 되고 싶은 이상한 사고방식을 가진 우유부단한 사람이란 생각밖에 안든다.

사랑한다고? 아내가 아닌 그 여자를? 세상에 그렇게 무책임한 남자 꼴불견이다. 애초에 결혼 왜 했나? 내가 생각하기에 이혼사유로 다른 여자가 생겨서, 혹은 다른 남자가 생겨서 따위는 없어야 된다. 서로 성격이 안 맞아서, 혹은 집안의 문제로, 둘의 애정이 심하게 식어서 서로를 증오할 지경이어서.. 이런 건 몰라도 절대 타인을 사랑해서란 이유는 없어야 한다.

어쩜 우리도 프랑스처럼 동거를 인정해야 할 지도 모른다. 살아봐야 상대가 어떤 사람인 지 알게 될테니까. 오히려 동거가 늘면 출산율도 늘 수 있고, 적절한 피임으로 인해 중절수술은 줄 지도 모른다. 이혼율도 줄 수 있을 거고.

하긴 우리나라처럼 가부장적, 남성우월적인 사회에서는 힘들겠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화가 났던 건, 그녀의 논리가 너무나 타당했기 때문이었다. 서글프게도 반박하지 못할 현실이었다. 특히 나도 모르게 매춘을 인정하고 있던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놀랐다. 캡사이신은 너무나 명확하게 일회성 매춘도 바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맞다. 매춘을 반대하면서도 나는 모순을 안고 있었다. 그들의 성욕을 해소할 배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 아니지, 그런 욕구는 통제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이상한 분위기 때문에 성욕은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거 통제할 수 있는 생리적 현상이다. 똥 마렵다고 길 한 복판에서 똥 누지 않듯이 말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싶어하는 나인데, 이런 문제엔 그런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왜냐고? 나의 진심을, 한 여자의 진심과 신뢰를 산산히 깨 버리는 중범죄니까. 내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뒤에서 날 비웃고 있었으니까. 나를 한없이 비참하게 만들고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었으니까. 강도를 만나 돈을 뺏기고 칼에 찔려도, 길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도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을 비참하고 모자란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아무리 화가 나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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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12-05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똥마렵다고 길에서 누진 않죠... 글케 일부일처가 싫으면 결혼을 안하는 게 옳습니다 누가 먼저 꼬셨네 그딴 핑계 댈 게 아니라.... 일을 저지르고 나서 그들이 하는 말, 죄다 비겁한 변명이죠.

꼬마요정 2006-12-05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마태우스님~ㅋ
잘 지내셨죠? 리뷰 쓰고 보니 이 책 마태님두 리뷰 쓰셨더라구요~ 멋진 리뷰보고 감탄감탄~^^

에른스트 2009-05-11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렇게 유부남들의 불륜을 비난하지만, 유부녀가 외도하면 무조건 두둔해줄거면서!

꼬마요정 2009-06-0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한 줄 있네요~~ 다른 여자가 생겨서, 혹은 다른 남자가 생겨서 따위는 없어야 한다구요~~ 이 책 자체가 바람난 남편에 대한 이야기라서 남자들한테 뭐라고 했지만, 유부녀 역시 바람 나면 안 되죠!! 그리고 아직까지는 1회성 매춘을 포함하여 성적인 면에서는 남자들이 외도할 가능성이 크죠.. 여중생, 여고생 상대로 하는 성매매도 많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