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의 '공부의 시대' 다섯 권 중 세 번째 유시민작가의 책이다.
이시대의 공부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들은 매우 흥미롭고,실천하고픈 행동의지를 심어준다.
먼저, 공부가 뭘까요?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직업'입니다.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공부의 개념이에요.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고 '공부'라는 말을 쓰면 그런 뜻으로 이해해주십시오.(17쪽)
책의 초반부에서 밝힌 작가의 '공부'에 대한 정의는 대뜸 거창한 말로 들리나 곰곰 생각해보면 공부가 직업군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학생들만 정기적으로 통과하는 의식이 아닌 만인들이 늘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야 하는 직업과도 같은 그러니까 우리곁에 밀착되어 있는 삶의 형태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마음의 빗장을 이미 풀게 된다.
여러 공부의 방법 중에 역시 독서가, 효과가 가장 빠른 공부법이라고 이제 9,999 번째 다음으로 듣게 된 말이다.
책을 읽되, 읽는 사람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한 방법을 제시해 주는데
정체성,감정,공감,태도,격려,어휘에 대한 각 꼭지별로 작가의 의견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어 유시민 작가의 강연에 앉아 강연을 듣는 듯하다.
과학책을 읽을 때는 과학적 사실과 정보를 습득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글쓴이가 그 정보를 손에 넣었을 때 느꼈을,그것을 해석하고 활용하고 서술하면서 텍스트에 담으려고 했던 감정을 함께 읽어내야 공부가 재미있습니다. 그런 재미를 느껴야 남이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도록 글을 쓸 수 있어요. 책을 쓴 사람과 읽는 나 사이에,그리고 내가 쓴 글을 읽는 독자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을 만들어 공감을 주고받게 된다는 겁니다.이럴 때 행복하다고 느낍니다.그래서 책을 읽을 때는 글쓴이와 거리를 두지 말고 감정을 이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죠.(39쪽)
어떤 텍스트를 비판하려면 먼저 그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터무니없어 보이는 주장을 하는 경우에도 텍스트를 쓴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그 사람의 눈으로 그 텍스트를 봐야 합니다. 글쓴이가 무슨 생각과 어떤 감정을 텍스트에 담았는지 살펴본 다음 빠져나와서 자기 자신의 눈으로 그 텍스트를 비평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그걸 쓴 사람뿐만 아니라 제3자도 그 비평에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어요. 텍스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 머무르면서 오로지 비판할 거리를 찾으려는 목적으로 텍스트를 읽으면 비평다운 비평을 쓰지 못합니다.비평하는 사람이 지적,정서적으로 발전하기도 어렵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죠.(42쪽)
독서하는 자세 중 '공감'을 가장 크게 생각하고 있으며,비평 또한 작가의 말에 '공감'이 바탕이 되어야 올바른 비평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비평을 하기가 힘들어 우유부단한 성격을 탓했다만 나이 먹어 갈수록 성격이 괴팍해져 가는지 요즘은 책을 읽으면 이상하게 눈에 거슬리는 문장들이 종종 눈에 띄고,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론 작가가 싫어지기도 하여 순간 나도 비평적인 독서가 되는 건가?의아했었는데 유시민작가의 비평론에서 역시 나는 아직 진정한 책 읽기의 길은 멀구나!생각했다.
진화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공분을 느끼는 능력은 문명의 산물이 아니라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라고 하더군요.사회적 공분을 느끼는 능력이 호모 사피엔스의 생물학적 본성에 속한다니 반갑지 않습니까?역시 공부는 좋은 겁니다.(56쪽)
작금의 사태에 대해 모두들 공분하여 거리로 나서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라면 당연한 생물학적 본성이라고 유시민 작가가 그리고 진화생물학자들이 그리 말해주니 더욱더 고무되는 듯하다.
그래서 갑자기 책 읽기의 공부는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직업이라고 하는가보다.
우리의 공분은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자식들의 삶의 의미를 찾아 주기 위한 행위인 것이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민주시민이 되고 싶다면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믿어야 합니다. 신경생리학자들은 그 천사가 우리의 대뇌피질 전체에 깔려 있는 '거울신경세포시스템'이라고 합니다. 거울신경세포는 연민,공감,연대의식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문명이 발전해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생긴 게 아니라 자연의 진화과정에서 인류가 획득한 거울신경세포가 문명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니,저는 거울신경세포에 관해 아야기하는 책을 읽으면서 혹시 인류가 스스로를 절멸의 위기에서 구해낼 능력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희망을 얻었습니다.(120~121쪽)
본성의 선한 천사를 믿어 민주시민이 되고자 하는데 그것을 악용한 자들은 자신의 본성에 내포한 무엇을 믿고 행동하는 것인가??
책에서 소개한 책 중 이 여섯 권이 눈에 들어왔다.
이 중 사피엔스 한 권밖에 읽지 못했는데 나머지 다섯 권을 읽어봐야겠다.
김영란과 정혜신의 공부의 시대책을 읽고 난 후엔 그래, 소설책을 열심히 읽어야겠어!
다짐하다 이젠 또 유시민의 책을 읽고 나니 생물학에 관한 책도 읽어야 하겠군!
팔랑귀의 독자는 하루에도 마음이 여러 번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 독서공부를 정진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