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책을 읽는 동안 다락방님의 책을 함께 읽었는데 꽤 괜찮은 조합이었다.
소설책을 읽어주는 그녀가 곁에 있었고,인문학책을 읽어주는 그가 있었다.
'일요일의 인문학'은 일요일에 읽기 시작해서
일요일 오전에 기록한다.
일요일이라야 가능한 책인 것 같기에....
일요일은 이미 토요일 저녁 무렵 시작한다.일요일과 일요일 사이의 날들은 노동과 수고로 짜인 시간으로 채워진다.일요일과 일요일 사이의 시간은 휴식과 놀이을 유예한 채 파고가 높은 위험과 변동들을 헤쳐 나가는 까닭에 예측할 수 없는 대항해의 시간이다.수요일이이나 묙요일쯤 먼 일요일 쪽을 바라본다면 일요일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저 너머에서 빛나는 등대처럼 보일 것이다.마침내 돌아오는 일요일은 주중과는 다른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일요일은 월화수목금토로 이어지는 질서와 리듬에서 뚝 떨어져 나온 '해방된'시간이다.일요일 아침에는 누구나 느긋하게 늦잠을 잔다.그 늦잠은 일요일이 다른 요일과는 다른 리듬을 품고 있는 날이며,모든 이에게 게으름이 합법화되는 치외법권 지대임을 뜻한다.
(116쪽)
일요일의 주무기인 권태로움을 몸소 체험할 수 있음에 작가의 일요일에 대한 예찬이 감미롭다.
하지만 일요일의 저녁에 느끼는 초조함과 불안감도 함께 기록해 놓아 우아하게 산통을 깨기도 하거니와,
월요일의 전조前兆들로 수선스러워지고, 이미 예고된 노동과 수고가 불러오는 짙은 불행이 속수무책으로 번진다.내일 아침 일터로 내몰려야 한다는 초조함이 뒷덜미를 움켜쥘 때 우리는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도마뱀같이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서 안절부절 하지 못한다.어쩌면 우리는 일요일의 끝자락에서 영원이라는 불가능한 시간의 가장자리를 가만히 만져 본 것은 아닐까.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일요일의 평화,일요일의 기쁨,일요일의 부활은 가망 없는 꿈이 되어 덧없이 사라진다.일요일이라는 감미로운 영화가 끝나고,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일요일의 한밤중이 캄캄한 것은 휴일과 동시에 달콤한 밀회가 끝나고 낙원에서 등을 떠릴려 나올 수밖에 벗는 자들의 비탄과 절망이 그토록 짙기 때문이다.
(121쪽)
그래도 지금 이순간 이글을 옮기면서도 여유로움이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직까지 일요일 오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궂은 날씨거 화창한 날끼건 아무 예속없이 빈둥거릴 수 있는 일요일을 ,나는 정말 좋아한다.금요일 오후만 되어도 가슴이 설렌다. 일요일이 가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요일은 합법적으로 게으름을 피우고,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날이다. 봉급과 맞바꾸는 노동으로 채워진 날들에 우리 감성과 감정은 탕진되는데, 일요일은 그것을 채충전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일요일은 경제적 시간을 견디느라 탕진된 것에 대한 보상이요, 등이 휘는 수고와 메마른 노동으로 빡빡하게 짜인 한 주간을 잘 보낸 것에 대한 선물이다.
일요일을 위한, 일요일에 의한, 일요일에 펼쳐 읽기 좋은 책을 써보고 싶었다. 늦잠에서 깨어난 일요일 오후, 햇볕 환한 마당에 나무의자를 내놓고 여유를 누리며 <일요일의 인문학>몇 쪽씩을 들여다보자. 파마자 차림이라도 괜찮고,눈가에 눈곱이 조금 달라붙어 있어도 괜찮다. 인문학은 당신의 삶을 좀 더 품격 있게, 감정을 화창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인문학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지만,자기 성찰의 계기를 만들고,지혜와 통찰력,그리고 앎의 기쁨을 오롯하게 돌려주니까.
(8,9쪽)
작가의 머리말에서도 일요일에 대한 예찬은 끊임없이 흘러나와 정말 일요일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책만 읽을 수 있도록 고무시킨다.
오늘 일요일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책을 읽을 것이다.
작가의 시를 아직 읽어보진 않았으나 내가 마흔을 준비하던 시절 <마흔의 서재>를 읽고 큰 감화를 받지 못했었던 걸로 기억한 것에 반해 이책은 반대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어 좋았다.
또한 작가가 소개한 무수한 인문학 책들의 제목들로 인해 이책에 지명된 책들만 찾아 읽어도 일 년치의 독서 권 수를 다 채우겠구나! 생각했다.
(돌아서면 책 제목을 잊어버리기에 열심히, 정말 열심히 책 제목을 찾아 '읽고 싶어요'에 올려 놓았다.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아~ 이사람 지금 무언가에 꽂혔군! 짐작했을 것이다.....아~ 관심 없었다구요?? 그럼 할 수 없구요..ㅜ)
그리고 최근에 나온 이책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제목부터 와닿은 이책을 찾아 읽을 참이다.
책이 좋아 작가의 그다음책이 기대된다.
결혼생활 이야기라고 소개되어지는데 가슴이 설렌다.
그래서 가슴 설레이는 이 기분은
꼭 연애하는 기분같아 홀로 마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