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아프고나면 꼭 뒤끝 마무리를 나 아니면 신랑이 앓곤 한다.
이번엔 둘 다 각각 다른 장소에서 보름동안 앓았는데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된통 앓았다.
나도 이번만큼 심한 감기몸살은 처음이지 싶게 괜찮을만 하면 또 아프고,괜찮을만 하면 또 아팠다.코에서 뜨거운 바람이 자꾸 나와 코뿔소가 된 듯했다.ㅜ
앓는동안 아이들은 어떻게 이리 독한 감기를 견뎌냈을까? 싶었다.
주사는 아이들보다 내가 더 무서워해서 잘 맞지 않는편인데 밤마다 열이 나고 뼈마디가 쑤셔 급기야 일주일전엔 내발로 기어가 링겔을 맞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링겔을 맞아도 며칠 더 앓다가 수요일이었나? 반가운 책선물을 받고서 갑자기 기분이 한결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감기 몸살이 낫기 시작했다.그리고 이틀뒤에 또 책선물을 받고서 완전 감기를 털고 일어났다.^^
역시 선물은 좋다.앓던 병도 다 낫게 만들어준다.(두 분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앓는동안 나는 보지 못했다.
아이들 병설 유치원에 데려다주고,데려오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헌데 문득 눈을 들어 위를 살펴보니 머리위에 벚꽃이 서서히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오전과 오후가 다르게 피는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아침에 아이들 데려다줄때 삼 분의 일 꽃이 피고 있었고,오후에 아이들 데리러 갈때 쳐다보면 또 나머지 삼 분의 일이 다 폈고,이번주말을 기점으로 나머지 벚나무들이 모두다 만개했다.
개화가 늦은만큼 피는 속도가 완전 빛의 속도인 것같다.
작년엔 3월중순쯤부터 필 준비를 서서히 하면서 4월까지도 어느정도 즐길 수 있었던 것같았는데 올해는 지난주말쯤 피기 시작하더니 한 삼일만에 확 다 펴버렸고,이제 꽃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기껏 한 보름정도?
그래서 무척 아쉽고,아까워서 혼자서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다 떨어져 사라져버리기전에 일단 카메라에 담았다.
두고 두고 사진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게..^^
나이 들어갈수록 꽃이 좋아진다고 하더니...정말 맞구나!
요즘엔 주변에 있는 꽃나무 쳐다보는 재미에 집안에 꽃은 피는지 마는지 관심도 두질 않았더니 울집 군자란은 8년동안 해년마다 주황색 꽃을 펴서 봄을 알려주던 녀석이 올해 처음으로 꽃을 피우지 않았다.ㅠ (또한 치자꽃도 어김없이 올해도 꽃을 안피워준다.)
정말 꽃나무들은 요물이라더니 주인이 한눈을 팔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단 말인가?!
무섭다.
벚꽃은 한 그루보다 여러그루 같이 피어있는 것이 참 예쁘다.
이리 가까이서 실물을 찍으니 벚꽃이 아닌 것같아 좀 낯설다.
벚나무는 역시 멀리서 단체사진으로 윤곽을 희미하게 찍는 것이 제맛!
미안,벚꽃아!
저기 더 남쪽나라엔 아마도 벚꽃보다는 유채꽃이 만발하지 않을까?
길을 지나다 한뭉터기 피어있는 노란 유채꽃을 보고 잊고 있었던 물건너 남쪽나라를 떠올려본다.
요즘엔 어딜 가나 유채꽃을 보기도 좀 쉬워진 듯하다.
옛날엔 제주도를 가야만 볼 수 있었던 것같은데..^^
우리아이들은 꽃에 대해 어찌나 무식한지,이동백나무를 보면 둥이들은 맨날 장미꽃이라고 한다.
빨간꽃은 모두다 장미꽃인셈이다.손에 가시를 찔려봐야 진짜 장미를 알 수 있을까?ㅋㅋ
아파트 주변에 동백나무랑 목련나무가 참 많다.
아파트 주변 가로수길엔 벚나무가 줄 지어 서 있고,아파트 마당엔 온통 동백나무다.
그러고보니 이아파트엔 꽃나무를 좀 많이 심어놓은 편인 것같다.
아마도 아파트가 오래되다보니 그동안 계속 꾸준히 심다보니 그리된 듯하다.
동백나무중에서도 이렇게 흰동백꽃은 처음 봤다.
둘러보니 흰동백나무도 꽤나 많았다.
그동안 눈을 어디다 두고 다닌 것인지...
꽃송이가 우아한 목련이랑 올망졸망 자잘한 벚꽃이랑은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목련은 떨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볼 수 있었음 싶을 정도로 너무 청초하고 아름다운 꽃이란 생각이 든다.그래서 나는 벚꽃나무보다는 목련나무를 더 좋아한다.
그리고 저 아름다운 자목련은 생기발랄한 20대 아가씨같다.
백목련은 4,50대 우아한 중년부인같다면 자목련은 2,30대 발랄한 여성같다는 느낌이 든다.
백목련도 좋고,자목련도 좋다.^^
기억의 님집께서 자목련을 보고 싶으시다기에 먼저 만개해 있는 뒷동앞에 있는 자목련을 찍었다.우리라인앞에도 자목련 한 그루가 있는데 응지라서 그런지 이제 꽃봉오리가 생기기 시작하여 양지바른 곳에 피어 있는 자목련을 찍긴 찍었는데 어찌나 높이 있던지 목이 빠지는줄 알았다.
(겨우 줌으로 땡겼는데도 가까이 찍기 힘들었다.카메라가 워낙 후져서..ㅠ)
울집 뒷베란다에선 딱 눈높이로 볼 수 있어 세탁기 돌리러 나가면서 혼자서 맨날 자목련 쳐다보며 눈요기중이다.
볼수록 예쁘다.예쁜 아가씨 얼굴 몰래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랄까!^^
아아~
이렇게 서른 여덟의 봄도 진행중이구나!
다 가기전에 어서 어서 만끽해야되는데...이런 봄을 도대체 어떻게 즐겨야하는지 그방법을 몰라 혼자 허둥지둥이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지난 토요일날도 둥이들은 유치원에 갔다.
1,3주 토요일오전도 예년처럼 문을 여는데 토요휴업일로 바뀐 탓인지 작년만큼 유치원 친구들은 유치원에 나오지 않는다.사실 나도 보내기 싫다.10시 다되어 등교시키면 돌아서면 12시 넘고 또 데리러 가야하니깐..ㅠ
헌데 녀석들은 그래도 유치원에 가려고 한다.옛날 성민이는 유치원 가기 싫어서 유치원을 끊으면 안되겠느냐고 말을 할 정도였는데 둥이들은 완전 유치원에 충성이시다.
암튼..친구들이 없는 것이 장난감 가지고 놀기에 더 편하고 좋다고 유치원에 꼭 보내달라고 하기에 유치원에 보내줬더니 요것들이 선생님께는 "집에서 엄마가 놀아주지 않아 심심해서 우린 유치원에 왔어요"라고 말해버려 내가 어찌나 선생님앞에서 민망했던지..쿨럭~
내가 보기엔 저날은 저망토를 걸치고 싶어 유치원에 간 것같은데...ㅡ.ㅡ;;
예전에 부산에 사시는 바람돌이님께 물려받은 옷들중 저 망토가 있었는데 옷장속에 처박혀 있다보니 저것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 지금 벚꽃이 만개한 날씨인데도 지난주 열심히 걸치고 다녔다.지윤이는 갑갑하다고 싫다고 했는데 지수는 빨간망토를 너무나 사랑하시어 굳이 걸치고 유치원에 보내달라고 했다.
지수때문에 할 수 없이 지윤이까지 덤으로 걸치고....유치원 마치고 집으로 오는길에 벚꽃구경좀 한답시고 아이들은 마구 뛰어다녔다.난 저렇게 놀아줬는데 왜 아이들은 자꾸 심심하다고 하는걸까??? (아~ 또 된장님이 뭐라고 하실 것같다.사이좋게 지내지 않아서라고ㅋㅋ)
그날 나는 동백나무 사진을 가까이서 찍겠다고 뒷동 정자에 올라 햇볕을 쬐고 앉았노라니 녀석들은 저곳에서 아주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요즘 유치원에서 배우는 노래는 내가 모르는 노래들이 너무 많아서 같이 따라 부르기 힘들다.우리 어릴때 배우던 그런 노래가 아니다.
암튼....녀석들은 둘이라 용기가 자꾸 생기는지 큰소리로 쩌렁쩌렁 노래를 불러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서 나는 등돌리고 서서 얘들 엄마 아닌 것처럼 좀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ㅠ
펼친 부분 접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