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설님의 '화려한 외출'페이퍼를 읽고 나도 막 흥분되고 가슴떨리고 하더라~
아이들 떼놓고 혼자서 외출한다는 것!
오오~~ 생각만해도 짜릿한 것이 마치 청량음료를 마신 듯한 기분이다.

사실 나도 주말인 일요일에 외출을 하긴 했었다.
이번주는 신랑이 주말 이틀을 다 쉬는지라 나름 일요일 하루는 혼자서 외출을 해야겠단 무리한 계획을 잡고 있었다.실은 '내 생애 가장 소중한~~'이란 영화를 무척 보고팠다.
영화관 가서 영화 본지가 언제였는지 그횟수를 가늠키가 어려울정도로 영화본지가 오래다.
영화도 영화려니와 혼자서 외출을 한지는 또 언제였는지?
가끔씩 애들 재워놓고 급하게 은행을 뛰어갔다 오거나 당장 필요한 물건 한 두 개 사러 뛰어나갔다 오거나 혹은 쓰레기 비우느라 또 급하게 후닥닥 집밖을 나선 것을 제외하곤 정말 정말 혼자서 외출이라곤 해본적이 없는 듯하다.
사실 우리집 애들도 모두들 엄마돌이에다 엄마순이들인지라 나 없으면 모두들 울고 넘어간다.

친정엄마한테 애들을 맡겨놓고 신랑이랑 둘이서 영화를 좀 보러갈까? 싶어도 이거 어린 쌍둥이들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왠지 죄송스러워 그러질 못하겠다.(쌍둥이를 키움으로서 이웃집과 식구들에게 가끔씩 피해(?) 볼적이 많다.나는 괜찮은데 쌍둥이 키우는 집에 어찌 그럴수 있느냐고 미리 피하거나...상대방은 괜찮다고 빈말을 내뱉어도 내가 정작 애 둘을 데리고 어찌 남의 집에 갈 수 있을까? 싶어 미리 겁을 먹어버리니 좀 많이 난감할때가 많다.)
쌍둥이도 쌍둥이지만 성민이까지 합하면 애가 셋이다.애 둘을 맡기는 것과 애 셋을 맡긴다는 것은 적잖케 심적으로 부담스럽다.(엄마가 힘들까봐..ㅡ.ㅡ;;)

그래서 결국 내가 택하는 길은 항상 신랑한테 쌍둥이들을 맡기고 나 혼자라도 바람을 쐴 궁리를 많이 하는데...일단 집을 빠져나가기 좋은 구실이 되는 것은 성민이를 걸고 넘어지면 된다.
성민이에게 영화나 공연을 보여줘야겠다라고 하면 그런대로 신랑은 그러라고 해주니 그순간은 성민이가 혹(?)이 아니라 구세주가 된다.
하지만 집밖을 나서면 위대한 구세주도 도로 혹이 되어버리긴 하지만....

연극을 보러 가려고 했으나 표가 이미 매진이어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성민이 혼자서 영화를 보면 좀 심심하지 않을까 싶어 동네에 사는 친구 아들내미를 데리고 가겠노라 전화를 했더니 부부가 함께 나서겠단다.친구네 신랑은 집에 혼자 있는 것을 아주 싫어하여 항상 같이 붙어다니길 좋아한다는데 내가 한사코 니네 아들만 데리고 갈테니 너희 부부는 다른 영화를 보던지 신혼재미를 느껴보라고 했더니 여차 여차 같이 길을 나섰고,극장까지 같이 가게 됐다.허~~ 쌍둥이랑 신랑을 떼놓고 집밖을 나섰더니 엄한 다른집 식구들 줄줄이 데리고 나선꼴이었다.

암튼....그래도 친구 신랑이 운전을 해주어 덕분에 편하게 갔다오긴 했다.
더군다나 비까지 내려 친구 부부가 같이 동행해주지 않았음 아마도 외출은 취소될판이었을께다.
꿀벌에 대한 애니메이션 영화 표를 예매를 하고서 근처에 있는 백화점을 살짝 둘러보고 주변을 살펴보았더랬는데 글쎄~ 거리가 어찌 그리 많이도 바뀌었던지~~~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다.그리고 백화점을 간 것도 몇 년만인지 물건마다 붙여진 가격표도 모두 혼자서 감당키 힘들었으며 식당코너에서 이것 저것 잡식으로 음식을 시켜먹고 커피를 마시려고 보니 커피값도 엄청 비쌌다.맨날 집에서 커피 타먹다가 밖에 나와서 커피를 사먹으려니 정말 움찔했다.정말 정말 적응키 힘들었다.
왔다 갔다 하는 차안에서 지나치는 거리풍경들이 너무 낯설었으며 만약 혼자서 찾아가라고 하면 길치인 나는 분명 길을 잃을 것이 뻔하지 싶다.

신랑이 가끔씩 날더러 현실감각이 뒤떨어지고 세상물정을 너무 모른다고 타박한다.그래서 맨날 애기 다루듯 따라다니면서 잔소리를 해대는 편인데...비록 혼자는 아니었지만 일요일에 집밖을 나서보니 왜 신랑이 날더러 현실감각이 뒤떨어진다고 구박하는지 조금 이해가 갔다.
맨날 집에서 애 셋 키우면서 살림만 하다가 외출이란 것을 해보니 이건 뭐 바람을 쐬어 기분 좋을 것같은 기대감보다 되려 우울감만 안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외출도 혼자서 자주 해봐야 갈 곳도 많아질텐데....맨날 신랑이랑 애들따라 다니다보니 그들이 없는 온전한 나만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내가 정작 가고 싶어한 곳이 어디였으며,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또 어디였는지 도통 흥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아마도 너무 외출을 하지 못해 생긴 거리 기피증(?)에 걸려버렸나보다.
불쌍한 내신세~~
안되겠다.이제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애들 맡겨놓고 꼬박 꼬박 외출을 좀 해야지 싶다.
거리 기피증에서 빠져나오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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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1-22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이가 조금만 더 크면 아이들끼리 영화보러 들여보내고 어른들은 그 시간에 다른 영화보고가 될걸요. 아마 내년이나 후년쯤이면 되지 않을까요? ㅎㅎ 근데 우리집 애들은 부모가 지들 떼놓는게 습관이 돼서 그런지 전혀 개의치를 않으니 그것도 조금 섭섭할때가 있어요. ^^;;

미설 2008-01-23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적응 안되죠? 그리고 혼자 걸어가는데 붕 떠 있는 느낌까지 들던데요 ㅎㅎ 넘 심하게 집에서만 지내잖아요. 우리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