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가 살던 동네의 주민들 이야기와 비슷한 듯,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일리노이주 앰개시라는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책에서 모녀 지간에 나눴던 이웃들의 이름들이 이 소설에서 한 명씩 그들만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입고 산다.
그리고 때론 상처를 주며 살기도 한다.
상처가 났던 그 자리가 결국 아물어가는 이야기다.
결국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남겠지만, 훗날 시간이 지나 그 흉터난 부분을 만지면 그닥 아프진 않다.
상처가 아프지 않게 잘 아물 수 있는 것은 결국 개인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에 달린 그 시간이 약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도 삶을 잘 다스린다면 트라우마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잘 자라, 리나, 어서자 이제 앤젤리나는 창문을 통해 바다를 응시했다. 바깥은 어두웠고 배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어머니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녀는, 앤젤리나는,
어머니가 불안정하게 길을 건너는 노인을 부축할 때 자신이 중요한 뭔가를 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잠시 천장이 훌쩍 높아졌다 하지만 그 순간은 말 그대로 잠시일 뿐이고, 자신은 영원히 아이일 거라는 사실을 앤젤리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길을 건너던 노인에게 재빨리 다가가 자애롭고 사랑스러운 모습을보여주던 어머니를 떠올렸다. 이탈리아 어느 해안 마을의 길 위에서 본 개척자인 어머니의 모습을.
- - P206

그녀는 요즘 이 나라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부분이 이 문화차이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계급이 포함된 문화. 하지만 물론 이나라의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도티는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계급이 무엇인지 정말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예컨대 도티와 그녀의 오빠가 어렸을 때 대형 쓰레기통에서 음식물을 꺼내 먹은 것을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녀의 오빠는 시카고 외곽의 크고 비싼 집에서 살게 된 지 오래이고, 에어컨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티는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고 세상사에 아주 박식했으며, 민박집을 아주 유능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면 뭐라고 하겠는가? - P273

그들이 구급차 문을 닫는데 링크의 얼굴이 보였다. 그가 뭔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에이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고, 그는 링크 매켄지에게 덕분에 멋진 시간 너무나도 터무니없어서 오히려 절대적인 해방감을 주는을 보냈다고, 누가 봐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혈관에 액체가도는 서늘한 느낌이 들어 그는 아마 자신에게 장치를 연결하고약을 투입하는가보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물어볼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곧 구급차가 속도를 높이자 에이블은 공포가 아닌 묘하고 강렬한 기쁨을 느꼈다. 온갖 문제들이 그 껍질이벗겨진 채로, 혹은 지금도 계속 벗겨지면서 돌이킬 수 없이 그의통제를 벗어나는 데서 오는 지극한 행복감을 하지만 그의 손이닿을 수 없는 곳에서 불빛이 반짝이고 있는 것처럼, 거기 크리스마스 창문이 있는 것처럼, 다른 무언가가 기다란 흔적을 그리고있었다. 그는 그것을 보며 어리둥절해지기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는데, 고단한 황홀경 상태에서 그것은 거의 그를 향해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링크 매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좋은 사람이에요." 에이블은 가슴에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것 같았음에도 그 말을 들으니 미소가 지어졌다. 멋지고 덩치 큰 여자 - P346

의 차분한 목소리가 "블레인 씨, 견디셔야 해요" 하고 그에게 말했다. 그래서 그는 어쩌면 그 미소가 그들에게는 고통에 찬 찡그림으로 보였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는 지금그들을 남겨둔 채 초록빛 콩밭을 지나며 아주 가볍게 훌훌그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 날아가고 있었다. 그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더없이 아름다운 사실을 가슴속에 지닌 채 말을 할 수 있었다면 그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스노볼을 사랑하는 어여쁜 소피아처럼 에이블에게도 친구가 생겼다고. 하지만 말할 필요가없었다. 그리고 그런 선물이 그런 시간에 그를 찾아올 수 있다면 무엇이든……… 록퍼드에서 회의에 참석하려고 옷을 잘 차려입고온 그 사랑스러운 여자의 모습이 록강 위로 급물살처럼 흘러갔다………… 그가 눈을 떴고, 그래, 바로 거기 있었다. 온전한 깨달음이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가능하다.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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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1-21 0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부터 설연휴 시작인데
날씨가 너무 춥습니다.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복많이받으세요.^^

책읽는나무 2023-01-21 20:46   좋아요 1 | URL
오늘 외출을 하고 왔었는데 넘 추워서 혼났네요ㅜㅜ
아...담주는 더 춥죠? 추운 건 싫어요ㅜ
암튼 명절은 따뜻하게 잘 지내봅시다^^

희선 2023-01-22 0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을 잘 다스리기 쉽지 않네요 이런 소설을 보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소설 속 사람은 그런 거 더 잘 하는 것 같아요 현실에 그런 사람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책읽는나무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명절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3-01-23 23:38   좋아요 1 | URL
삶을 다스리며 산다는 건 참 쉽지 않죠?
그런데 또 우리네 삶도 뒤돌아 보면 20 대 30 대 때하곤 지금의 모습이 다른 걸 보면 나름 삶을 잘 다스리고 살아가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곤 합니다^^
소설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보고 배우려고 해서 그럴지도 모를 일이겠네요?^^
희선님도 명절 연휴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