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첫 문장이 이미 강렬하게 독자를 끌어 당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문단도 다음 책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강렬하다.
특히, ‘오염된 진흙 속에서 빛나는 꽃을 찾아 냄새를 맡을 줄 알았다‘ 는 문구는 아드리아 아르데볼의 유년기를 잘 나타내 주는 문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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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발카르카의 비에 젖은 거리를 걸으며 비로소 나는 내 가족 중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점점 커가면서 나의 생각과 행동을 정확하지 않은 믿음들과 잡스러운 독서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지만 언제나 나는 혼자였으며 믿고 의지할 부모도, 인생의 답을 내려 주는 신도 내 곁에 없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다. 어제 화요일 밤에 달마우의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폭우를맞으며 나는 이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 있다는 결론을내렸다. 행복과 불행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 그저 나에게 달려있었다. 이를 깨닫는 데 무려 육십 년이나 걸리다니. 나는 버림받았고, 고독하고, 당신을 너무나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당신은 나의 정신적인 지주다. 공포스럽기는 하지만 표류하지 않기 위 - P11
해 떠내려가는 뗏목을 억지로 붙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 몇몇 징후가 벌써 눈에 띄기 시작했지만 나는 나를 어디로 이끌지 알 수 없는 믿음도, 성직자도, 합의된 규율들도 따르지 않을것이다. 나는 이제 늙어 버렸고, 낫을 든 사신이 따라오라고 손짓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검은 비숍을 움직였고, 정중한 몸짓으로 게임을 계속하자고 재촉하는 중이다. 나에게 폰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내 일은 아니기에 나는 무엇을 움직일 수 있을지 살핀다. 내 마지막 기회라고 할 이 원고 앞에 나는 홀로 섰다. - P12
기차표를 손에 쥐었을 때 학업을 위해 튀빙겐으로 떠나는게 미래를 그리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유년 시절과의 작별이었다. 나의 아르카디아에서 멀어지는 것이었다. 그랬다. 나는 외롭고 불행한 아이였다. 부모는 나의 재능과 관련된 것 이외에는 무신경했고, 내가 동전을 넣으면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보러 티비다보 놀이동산에 가고 싶은지 물어볼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오염된 진흙 속에서 빛나는 꽃을 찾아 냄새를 맡을 줄 알았다. 그리고 마분지로 된 모자 상자를 바퀴 다섯개짜리 큰 트럭이라고 상상하며 기뻐할 줄 알았다. 슈투트가르트행 표를사며 나는 이러한 순수의 시절이 끝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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