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귀들이 무척 많은 책이었으나,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고,
밑줄 그어 놓은 구절을 이곳에 옮기는 것을 늘 깜빡하곤 하여
미처 많이 옮겨 놓질 못하였다.
헛간의 작업실 이야기 그리고 전기 자전거 이야기,
머리에 붙은 나뭇잎 이야기등등 기억에 남을 문구가
많은 책이었다.
그래도 내겐 작가의 어머니 이야기가 더욱 기억에 많이 남는다.
노란 책 표지와 그 겉표지를 벗기면 나타나는 또다른 원색인 초록.
데버라 리비 작가의 색이 이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https://image.aladin.co.kr/product/26838/62/cover150/k522730391_1.jpg)
병원으로 가는 길에 가게 몇 곳을 들렀지만 어머니가그나마 넘길 수 있는 그 특정 상표의 아이스크림을 파는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리하여 난 뼈가 앙상해진 어머니 옆에 앉아 포장지를 벗긴 풍선껌 맛 아이스크림을 어머니 입술에 가져다 대기에 이르렀다. 한 번 핥아 보더니 - P111
어머니는 인상을 썼고, 한 번 더 핥고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가게에서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는 이야기를 하자 어머니 입에서 작디작은 소리가 연달아 나오며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어머니가 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이건 우리가 함께한 마지막 날들중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기억이 됐다. 그날 밤 어머니 침대 옆에 앉아 책을 읽다 말고 세면기에 분홍색으로 녹아내린 풍선껌 맛 아이스크림을 회한에 찬 눈길로 바라봤다. 사실 책에 집중할 수가 없어 그저 페이지나 훑고 있던 참이었지만, 그렇게라도 어머니 옆을 지키고 있다는 데서 위안을 얻었다. 그날의 마지막 회진을 돌던 의사가 병실에 들어왔을 때 어머니가 앙상한 손을 들어 보이며 그무렵에 이르러 극도로 작아진 목소리로 용케 고압적이고 위엄 있게 말했다. "조명을 더 가져오라고 하세요. 내딸이 어둠 속에서 책을 읽고 있잖아요." - P112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그가 마지막으로 거처한 집, 자기자신의 기쁨만을 생각하며 꾸린 집의 평온 속에서 어느날 사색에 잠겨 이런 말을 했다. "글은 바람처럼 들이닥친다."
그건 벌거벗고 잉크로 만들어진 것, 쓰인 것이고, 삶의 다른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를 스쳐 지난다. 그와 비견할 게 더는 남지 않았다. 삶 자체가 우리를스쳐 지나는 방식을 제외하고는.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은 삶의 비용으로 만든 글이며 디지털 잉크로 만들어졌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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