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월 26일 어머님 첫 기일을 모셨다.
어머님 돌아가신지 벌써 일 년이 되었단 말이된다.
일 년전 쌍둥이 낳고 산후조리 해주시면서
나와 방에서 도란 도란 말씀 잘 나누시다 갑자기 주무실 듯 누우셔서 숨을 몇 번 쉬시더니 돌아가셨다.
어버이날 그렇게 너무도 황망하게 돌아가시어 모든  식구들이 너무도 놀랐고,준비된 것 하나 없이 그동안 잘해드린 것이 없어 자식들은 그저 마음이 아파 한동안 괴로웠던 시간들이었었다.
신랑은 어머님 운명하셨단 소리를 병원에서 확인받자마자 나에게 전화를 걸어 카네이션 꽃도 못달아드렸는데...저녁에 맛난 것 사다드릴려고 했었는데 그것도 못드시고 돌아가셨다고 울면서 전화를 했었다.
그말이 어찌나 가슴에 맺히던지....내가 이럴진대 자식된 신랑마음은 오죽하겠나? 싶었다.
그래서 근 일 년동안은 신랑앞에서 어머님 얘길 잘 꺼내질 못했었다.
팔 개월이 넘어서서 간혹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곧잘 신랑과 함께 어머님 살아생전 얘길 나누곤 한다. 시간이란 것은 참으로 묘하다.
그렇게 괴롭고,힘들고,가슴 아파 절대 잊어지지 않을 것 같더니.....일 년동안 남은 식구들의 마음을 참 많이도 무던하게 만들어 놓았다.

어머님은 비록 돌아가셨지만....내꿈에 자주 나타나셨다.
다른 식구들은 꿈을 잘 안꾸었다는데 나는 한 다섯 번 정도 꾼 것 같다.
쌍둥이들 백일때 꿈에 나타나시어 우리집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주시기도 하고,
돌아가신 직후에도 밤에 잠을 못자고 혼자서 우두커니 앉아 있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곁에 서서 나와 아이들을 지켜보시기도 하고,
또 한 번은 꿈에 나타나시어 시외할머님과 함께 우리집 거실에 나타나셔서 어머님이 우리집 이불을
꿰매주고 올라가시겠다고 바느질을 하셨었다.실은 이불을 세탁기에 돌려 빨다가 귀퉁이가 튿어진 부분이 있었는데 매번 꿰매야지~ 생각만 하다가 그냥 놔두기 일쑤였었다.헌데 그이불을 어머님이 꿰매주시겠다고 하셔서 꿈이 깨고 나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입관하고 나서였었나? 잠깐 앉아서 놀다가야겠다고 곁에 앉아서 얘길 하시기도 하셨다.
돌아가신 분 꿈에 자꾸 뵈면 안좋다라고 꿈을 꾸고 나면 현관에다 소금을 뿌리라고 친정엄마가 일러주셔서 그런가? 싶어 소금을 뿌렸더니 그때부터 어머님은 꿈에 나오질 않았다.
어머님을 꿈에서 뵙질 못하니 왠지 허전하고 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어머님은 쌍둥이들 조리해주다 돌아가셔서인지 아이들 걱정에 하늘나라에 못올라가신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내꿈에 자주 나타나셨던 것은 아닌지?
암튼...그렇게 어머님꿈을 몇 차례 꾸고 나니 꼭 내곁에 계시는 것같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그냥 곁에 계신 분이라는 생각을 갖자라고 다짐하니 모든 것이 한결 편안해지고,
우울증도 서서히 사라졌던 것같다.
신랑에게도 매번 돌아가신게 아니라 곁에 계신다고 생각하라고 매번 쇠놰를 시키곤 했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어머님 첫기일을 맞았다.
시누이와 함께 제사음식을 준비하고,저녁에 친척어르신들을 맞았고,(시이모님들과 시외삼촌분들을 뵈니 어머님 생각이 순간 더 간절했다.) 다음날 식구들 모두 어머님 산소에 올랐다.
사실 나와 쌍둥이들은 어머님 산소는 입관 하고 나서 처음 갔다.
그동안 쌍둥이들이 어려 산소까지 대동하기가 무리다 싶어 항상 남아있었다.
그날 처음 어머님 산소에 가서 뵈오니 마음이 무척 아팠지만 그래도 그럭 저럭 무던하게 무덤을 바라보게 되더라는 것! 순간 내가 친자식이 아니라 며느리라서 그런가? 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아무리 평소 어머님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곤하나 친자식과 며느리와의 간격은 있게 마련일께다.
그저 어머님 무덤을 보면서 쌍둥이들 크는 것을 조금만 더 보고 돌아가셨더라면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분명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좋아하셨을텐데....싶었다.

어머님은 평소 말씀이 없으시고,조용한 성격이셨다.
그리고 인자하신 성품이셨다.부모님 상견례 자리에서 친정아버지가 어머님께 인상이 참 인자하시다고 그래서 마음이 놓인다고 우스개 소릴 하신적이 있었는데 결혼하고 나서 어머님은 매번 그말씀을 하셨다.그리고 친정아버지께서도 몇 번이나 나를 보고서 시어머님 인자하게 생기셨다고 그러시고 부모님께 잘하라고 일러주셨었다.하지만 나는 정말 그동안 어머님께 잘해드렸는지 회의가 인다.아마도 잘 해드린 것보다는 못해드린 것이 더 많은 것같다.그래서 때론 그것이 걸려 가슴에 아프다.
어머님은 그저 자식들에게 퍼주시기만 하시고...받은 것 하나 없이 돌아가신 것같다.
친정엄마는 주위 사람들이 좀 더 살았음 하는 생각을 품을때 돌아가시는 것이 그래도 행복한 죽음일 수 있다고..그래도 사돈어른은 많이 아파서 병석에 누워있지 않고 돌아가셨기에 당신도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입버릇을 하신다.나는 그소리가 듣기 싫어 질색을 하지만 너무도 깔끔한 성격을 지니신 어머님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추한 모습 안보이시고 돌아가셨단 생각을 해본다.그날도 어머님은 샤워를 하시고,머리도 감으셨었다.

산소앞에서 계속 우리곁에서 손주들을 보면서 "성민이 왔나?".."지윤이,지수 많이 컸네?"라는 목소리가 계속 귀에 들리는 듯했다.주위의 고요함과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은 아무일 없는 듯....식구들도 앉아서 싸간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농담도 하곤 했지만 그래도 아버님의 모습은 참 쓸쓸해 보였다.
그래도 아버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지셔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게 어머님은 우리들을 돌봐주시고 계신가보다.
길을 내려오면서 이젠 자주 어머님 산소를 찾아뵈야겠단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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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6-0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분이셨나봐요. 좋은데 가셨을거예요. 함께 살던 분이 이제는 볼수 없어 눈에서 멀어지고 마음으로 부터 차근차근 놓아드려야 한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참 슬프고 아린일같아요.

미설 2007-06-10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산후조리를 해 주시다 가셨군요. 몰랐습니다. 갑자기 많이들 놀라셨겠어요. 그런데 참 시간이란 묘한 것이란 말씀에 동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일년이란 시간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내는지요... 좋은 곳에서 님과 가족들을 위해 지금도 애쓰시고 계실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책읽는나무 2007-06-12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저두 님의 글을 읽으면서 시간이란 것이 참~~ 하면서 느꼈더랬어요.어머님 돌아가시고 신랑을 많이 챙겨줘야겠다라고 여겼건만...시간이 내마음을 너무 무디게 만들어버렸나봐요.다시 예전처럼 바가지 긁고 있으니 말입니다..ㅠ.ㅠ

하늘바람님.........이런일은 겪어보지 않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어머님께 받은 사랑이 너무 많았던지라 돌아가시고나니 하나,하나 생각이 나서 말입니다.살아생전 살갑게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네요.이젠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지만요..ㅠ.ㅠ

섬사이님..........네~ 돌아가신후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참 이상하죠?
꼭 옆에 살아계시는 것같구요.이상하더라구요.살아생전 나눴던 이야기들도 다 생각이 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같은 생각마저 들어서 허공에 대고 말을 붙여 보기도 했어요.편안하게 생각하니 많이 그립기도 하지만..시간이 지날수록 그그리움이 정겨움으로 조금씩 바뀌는 듯도 하더이다.그러니 님께서도 마음을 많이 추스리세요.그리고 신랑분과 시부모님 많이 위로해드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