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온 이곳은 나의 고향과도 같은 곳일께다.
물론 친정집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고(버스로 한코스 차이),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어린시절 이곳에서 자랐었고...초등학교 입학전에 친정집이 있는 동네로 이사를 가 그곳서 쭉 눌러살게 되었다.그래도 중,고등학교는 통도사 이곳에 있는 학교를 다녔기에 이곳 지리는 빠삭하게 다 알고 있어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나는 이곳에 살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못했다.
헌데...나이 서른이 넘어 아이 셋을 데리고 이곳에 이사를 기어들어왔다.
총 네 번의 이사를 하면서 정든 곳을 떠나면서의 섭섭함과 낯선 곳과의 괴리감 사이에 약간의 우울감에 몇 달동안 시달렸다.
하지만 이곳으로 이사를 와선 낯섬이란 단어와는 친해지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동네가 워낙 좁다보니 길을 가다보면 동창들 만나기가 일쑤다.
이곳에서 터전을 잡고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리고 이사 온 아파트에도 친구가 현재 두 명 살고 있다.
한친구는 학창시절 그리 가깝게 안지냈어도 초등학교때부터의 오랜친구인지라 반갑게 서로 니네집,우리집을 번갈아 자주 왔다,갔다 하면서 차를 같이 마시고,같이 시장을 보러 다니기도 한다.

성격상,형편상(쌍둥이들땜시) 외출을 자주 할 수 없는데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성격탓에 이사를 자주 다니면서 이웃을 많이 사귀지 못했다.그러다 이곳에서는 내인생의 황금기(?)가 아닐까? 싶을정도로 사람들과의 교류가 잦아지고 있다.
가는 곳마다 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나의 동창들 아니면 선배,후배....심지어 엄마의 친구분들까지.....외출을 하면 인사를 해야하는 사람들이 제법 된다.
더군다나 성민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알게 되는 엄마들도 더러있다.
같은라인에만도 두 집과 늘상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같은 유치원버스에 아이들을 태우니 자연스레 친분을 쌓게 되더란말씀!

이곳은 시골과 비슷한 중소도시다보니 아파트라고 하여도 도시 아파트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에전 아파트에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엘리베이터를 타면 서로 인사를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나자신도 인사를 한 기억이 별로 없지만 타인들도 서로 서로 인사를 하는 경우도 별로 보질 못했다.내가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니까 신기하여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은 더러 있었지만 친분을 쌓지는 못했다.기껏 18층 애기엄마 한 사람만 알고 지낸 것이 다다.
헌데 이곳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인사를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나 한 사람뿐이다.
그래서 엄청 뻘쭘하다.쩝~
특히나 자주 만나는 친구와 함께 시장을 보러 갔는데 친구는 오는 사람,가는 사람 인사하기 바쁜데 나는 그냥 묻어가기 바빴다.친구는 최근 장사를 하다가 그만두었는데 그래서인지 사람들과의 친분이 대단했다.
무척 뻘쭘하고,무척 당황스럽고,무척 황망하지만....그래도 이것이 사람 사는 것인가? 란 느낌을 이제사 느끼고 살게 되어 은근 재미나다.
요즘 내세상인가보다~ 라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물론 지윤이를 들쳐업고서..^^

하지만......딱 한 가지 안절부절하지 못할때가 있는데...그것은 나의 모교가 울아파트 바로 옆에 있어서 옛선생님들을 만나게 될까 불안하다는 것!
애 업고 아줌마가 된 내모습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선생님들 앞에서 모양새가 영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학교를 졸업한지 꽤 되었는지라 선생님들이 나를 기억하고 있을지가 의문스러워 길거리에서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면 인사를 해야되는건지? 말아야되는건지? 분간이 안선다.   
그래서 아예 고민할필요없이 선생님들과 안부딪쳤음 하는데 학교랑 가깝다보니 그게 그리 쉽지가 않다.현재는 담임선생님을 제외하곤 대부분 나를 몰라볼 것 같아 그냥 애 업고 고개를 딴 곳으로 돌리며 지나쳐왔는데 내가 지금 잘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쩝~

이곳은 고층아파트가 없다보니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전망들이 참 아기자기하다.
신랑은 워낙 고층아파트속에서 일을 하다보니 그런생활에 익숙해져있는지 이사와서 전망이 좋다고 하더니 가만히 베란다를 내다보고서 한다는 말이 전망이 너무 난잡하다고 툭 내뱉는다.
나는 탁탁 막힌 전망보다 확 트인 것이 속이 시원하건만.....
더군다나 내가 아는 지리의 동네다보니 베란다서 내다보이는 골목길마저 눈에 들어와 무척 재미나다.







거실베란다에서 내다뵈는 전망들이다.
바로 앞에 삼층짜리 오래된 아파트가 마치 일층짜리 빌라같다.
날씨가 좋을땐 저 멀리 내원사 절이 있는 동네의 아파트도 보이고, 석계 동네의 아파트도 어렴풋이 보인다.
그동네와의 거리는 자가용으로 20분은 넘게 쌩쌩 달려야하는 거리다.





그리고 밤이 되면 내려다뵈는 불빛들이 여간 이쁜 것이 아니다. 불빛을 내려다본다는 것은 전망대나 스카이라운지에서나 가능할 전망이 아닌가!
처음 이집을 둘러볼적에 가장 눈에 들어오고,탐이 났던 곳이 바로 거실 베란다에서 내다뵈는 전망이었다.
아~ 내가 바라던 베란다에서 티테이블을 놓고 차를 마시거나 맥주를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구나! 싶어 은근 흥분했었다.

헌데.....계속 살다보니 현재 베란다의 풍경이 영 아니올씨다가 되어버렸다.애들 장난감을 베란다에 모두다 몰아서 쑤셔놓았더니 형국이 정말~~~ㅠ.ㅠ
그래도 올여름엔 베란다서 창문 열어놓고 맥주를 꼭 마시고 말테다.



 저기 보이는 파란지붕의 건물이 바로 초등학교인데...어쩌면 내후년에 성민이가 입학하게 될 학교가 될지도 모르겠다.학부모가 된 친구 두 명에게서 들은 얘기론 교장선생님의 엄한 훈시아래 선생님들이 촌지를 바라지 않는다는 분위기다.그래서 더욱더 안심이 되는 학교다.



바로 저곳이 내가 나온 중고등학교 모교다. 저건물은 새로 지은 건물이라 교실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잘은 모르겠으나 암튼...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받는 풍경이 바로 보인다.(중학교 체육 교사 중 한분은 내친구 신랑이기도하다.ㅋ)



 뒷베란다에서도 전망들이 탁 트여 있다.
특히 뒷베란다에선 성민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통도사 유치원 건물이 보인다.
저기 노란버스가 출발했는지 매번 확인하면서 잽싸게 뛰어내려간다.
첫날 짐정리하다 시간을 놓쳐 좀 늦게 성민이를 데리러 내려갔더니 녀석은 엉엉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날도 또 늦게 내려갔다.집이 가깝다보니 유치원버스 시간이 그야말로 칼이다.
그래도 아파트 아줌마들이 친절하여 성민이를 같이 데리고 있어주어 다행스럽긴하다.
첫날에는 울집에 성민이 찾아가라고 인터폰을 했다고 한다...쩝~

사진 저기 저 뒤로..산밑에 통도환타지아가 보인다.환타지아 바로 왼편에 통도사가 있는데...통도사는 잡히질 않는다.
혹여 통도사에 다니러 왔는데 나를 보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연락주소서~~^^;;;



 그리고 저기 산밑에 약간의 아파트 건물이 몇 채 보이는 저동네가 바로 나의 친정이다.
친정동네가 바로 내눈에 보인다는 것이 처음 며칠동안은 어찌나 신기하고 기쁘던지~~
주방에서 일하다말고 한동안 친정동네를 바라보곤했었다.
현재 지수가 친정에 가있는지라 지수가 보고프면 항상 저곳을 바라보고 있다.
친정근처로 이사를 오니 이렇게 마음이 편하고 푸근할 수가 없다.
물론 울엄마는 무척 힘드시겠지만..ㅡ.ㅡ;;



 예전에 살던 아파트는 서향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래서 항상 노을을 쳐다보는 것이 일이었다.
이젠 가급적 서향을 바라보는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지 않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저녁만 되면 괜스레 기분이 우울해지고 기운이 없어지는 성향이 있는데 앞전 아파트에 살면서 저녁때만 되면 얼마나 우울하던지~~~
정말 우울증이 몇 번 도져 무척 힘들었었다.



물론 몸을 어찌 어찌 잘 비틀어보면 저멀리 아주 손톱만한 크기의 광안대교도 보였지만.....초고층 아파트에 가려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바다도 다 짤려버려 전망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24층이었는데도 내려다봐지는 전망이 없었다니~~~



물론 바로 밑을 내려다보면 저러한 전망이 나오긴 하지만...나는 사는동안 너무나도 아찔하여 제대로 바라보질 못했었다.나는 이사진만 봐도 그아파트를 살고 있을때의 아찔함이 전해져오는 것 같다.
그아파트에 살면서 쌍둥이를 낳고 일년동안 잘 키웠지만....층이 너무 높아 아이들을 키우기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리 생각해서 이렇게 보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에서 아이들의 모습도 몹시 안정되어 보이고...편안해 보이는 것같아 더없이 좋다.

이것이 바로 멋진 전망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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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4-24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죽입니다. 성민이 너무 자상한 오빠 모습이네요

홍수맘 2007-04-2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다보니 저도 그곳에 살고 있다는 착각이 ㅋㅋㅋ.
뭐니뭐니 해도 친정 가까이 있어서 좋지요? 저도 2년전 서귀포로 이사올때 제일 좋았던 점이 친정이랑, 시댁식구들이 가까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 ^.

조선인 2007-04-2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전망 정말 짠합니다.

미설 2007-04-2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올여름엔 베란다에서 맥주 마시겠다는 다짐 꼭 실현하세요~
멋진 전망, 아이들 모습 모두 안정되어 보여 좋네요. 행복한 날들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07-04-25 0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사진상으론 그러한데 또 평소에는 돌변하는 오빠의 모습이라서 말입니다.요즘 성민이때문에 고민이 많아요..ㅠ.ㅠ

홍수맘님.........혹시나 육지로 오실일이 있으셔서 것도 경남의 통도사로 오실일이 있으시면 이사진상의 지리를 찾아 저희집에 놀러오세요..^^
가족이 가까이 살고 있다는 것은 정말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는 것 같아요.^^

조선인님.........셋이서 어질고 놀때는 집안꼴이 엉망이어서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지네들끼리 노는 모습 보면 이보다 더한 전망이 어딨겠나? 싶더군요.
물론 마로와 해람이와의 전망또한 멋지지만요..^^

미설님.........그럴께요.올여름 베란다에서 맥주 마시기 계획을 위하여 저좁은 곳에 티테이블을 구입해볼까? 생각중이에요.며칠전엔 앉은뱅이 탁자를 거실에다 놓고 베란다쪽 전망을 앉아서 바라볼까? 도 생각했었는데 좌탁이 생각보다 엄청 고가더군요.무겁기도 무겁고...ㅡ.ㅡ;;
일단 아이들 노는데 공간이 좁고,걸리적거릴까봐 더이상의 인테리어는 꿈도 꾸질 못하겠어요.....ㅠ.ㅠ

2007-04-26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