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망원동 - 어린 나는 그곳을 여권도 없이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아무튼 시리즈 5
김민섭 지음 / 제철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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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 가방 속에 쏙 집어 넣어, 들고 다녀도 부담스럽지 않을 두께와 크기인 ‘아무튼,‘시리즈 중 한 권인 다섯 번째인 김민섭 작가의 책이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와 <대리사회>가 무척 궁금했지만,아직 읽어 보진 못했다.
팟캐스트를 챙겨 듣다가 관심중인 시리즈 이야기며,망원동 이야기를 조곤조곤 이야기 하는 작가의 차분한 목소리에,비록 자전거를 타고 들었던지라 속도가 늘진 않았으나,문득 챙겨 읽어 보고 싶단 궁금증이 일었다.

고향이 같지 않아도(시골이 고향인 내가 서울 도시가 고향인 이야기,특히나 가보지도 않은 망원동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까?), 연령대가 같지 않아도(무려 8살이나 내가 위다??!!!) 과연 공감대가 형성되는 이야기들인지 궁금했다.
헌데 읽다 보니 지명에는 살짝 취약했으나,공감되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아 놀라웠다.
내가 공감력이 무한대?인건지, 작가가 글을 섬세하게 잘쓴건지?? 물론 작가가 글을 잘 쓴 덕일 것이다.
작가는 툭툭 내뱉는 듯한 말투의 글인데도 추억 돋는 섬세함이 있어 순간적으로 개인적인 옛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어린 국민학교 시절,겨울철 바나나 단지 우유 같은 난로(서울에도 이런 풍경이 있었다니 조금 놀랐다.)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던 풍경이 지나가고,2002년 월드컵 경기가 열리던 그 해 작가가 스무 살의 추억을 더듬는 순간, 나는 첫 아이를 낳은지 두어 달 정도 됐을때인데 아이를 겨우 재워놓고,식구들 모여 티비 보며 함성 지르다 아이가 놀라 경기하 듯 울어댔던 기억도 지나갔다.

비슷한 듯,다른 듯 그러한 시간들이 흘러갔다.
망원동도 변해 가고 있듯,내가 살고 있는 중소도시인 이곳도 신도시 건설로 인해 옛모습과 판이하게 달라져 가고 있어, 때론 예전에 논과 밭이었던 이 곳, 이 땅이 맞나?씁쓸하게 회상에 잠기게 되는데, 서울 망원동의 변해가는 모습은 오죽하랴 싶어 짐작만 할뿐이다.

변해 가는 모습에 씁쓸함을 가지게 된다면,그건 그 장소에 기억할 추억이 많아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추억이 없는 이방인에겐 같은 장소일지라도 씁쓸한 아련함은 없을 것이다.대신 첫 이미지의 좋은 감정이 인다면,그 시점부터 추억은 시작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작은 애착이라도 가지고 있는 자들이 모인다면,그 도시는 긍정적으로 발전되길 기대해 볼텐데 요즘엔 투기성 애착심이 강한 자들이 자꾸 모이다 보니 도시의 옛모습이 많이 사라지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래서 오랜시간 자라 온 동네여도 문득 나도 이방인? 뭐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읽으면서 정작 망원동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 아닌 내가 자라 온 우리동네 모습을 자꾸 떠올리게 되어 주객전도가 되었으나,독서시간은 즐거우면서 아련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2002년 6월을 신촌 거리에서 보낸 나는
‘세상 재미는 다 느껴본 것 같으니 이제 공부를 해볼까. ‘하고 생각했다. 거리 응원의 경험은 그만큼 강렬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이후에는 무얼 하고 놀아도 그만큼 즐겁지 않았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그런이벤트를 즐길 수 있었다는 데에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해 여름 광장의 경험은 그 뒤로도 나를 또 다른 많은 광장으로 이끌었다. 특히 2016년 겨울,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갈 용기를 주었다. 거리에서 나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처음에는 무척이나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자연스러워졌다.
무엇보다 모여도 된다는 걸, 모이면 즐겁다는 걸, 그러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마 ‘월드컵 세대‘로 명명된 내 또래 대개가 비슷할 것이다.

 망원동으로 잠시 돌아온 나는, 한동안 그 추억을 먹으며 지냈고 완전한 이주를 꿈꾸기도 했다. 내아이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나와 동생이 걸었던 성미산 길을 따라 등교하는 상상을 했다. 그러나 나는스무 살에 망원동을 떠나며 제대로 건네지 못한 작별인사를, 이번에는 제대로 해야 할 것만 같다. 아이들은 어디에 있는 저마다의 망원동을 만들어갈 것이다. 나는 그 곁에서 그들의 추억 속에 함께 존재하는편을 택하기로 한다.

 어쩌면 망원동은 모두의 추억 속에서 간신히 버터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망리단길에서 시작된 변화의 물결을 바라보며 나는 이미 망원동이라는 공간에 작별을 고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옅어져 가고 그 자리를 추억이 대신한다.저마다 마음에 간직하고 있을 고향이라는 곳들이 대개 그럴 것이다.
여전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공간의 변화는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일어나야 한다. 바뀐 거리의 이름과 풍경이 그곳의 삶까지 바꾸어버리면 안되는 것이다. 지금의 망원동이 20년 후에도 다음 세 대의 추억에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안녕히, 나의 망원동.˝

 나는 짧은 인사를 건네고 추억의 주머니를 다시 묶는다. 그리고 이전과는 조금 다른 눈으로 망원동의 변화를 섬세히 지켜보기로 한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아이를 닮은 망원동의 아이들이 이곳을 소중한 고향으로 간직하도록 조금의 힘을 보태고 싶다. 그러면 언젠가 다시 ˝안녕?˝ 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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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9-01-09 0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디든 빨리 바뀌는 듯도 해요 서울은 더하지 않을까 싶네요 잘 모르는 곳이라 해도 그런 이야기를 보면서 자신이 사는 곳이나 그때 자신한테는 어떤 일이 있었더라 하기도 할 거예요 같지 않다 해도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건 괜찮은 듯합니다 저는 기억할 게 별로 없지만...


희선

책읽는나무 2019-01-09 16:37   좋아요 1 | URL
작가가 이야기하는 망원동에 대한 이미지가 계속 떠올라야 하는데 그게 아니니~~
그저 20대때 살짝 다녀와봤었던 그시절의 신촌과 홍대모습만 어렴풋이 떠올리는게 다였지만,책에서 설명하는 이미지는 내가 생각하는 그 이미지는 분명 아녔겠죠?^^
아~~그리고 왜 저는 줄곧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 나오는 쌍문동의 골목거리가 떠오르는건지 그것도 참 이상했습니다.ㅋㅋ
그래도 나름,책은 재밌었고,작가의 착한 심성이 푸근하게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