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yan Evans, [Wet Walk in Kelvingrove Park]

비에 젖은 단풍잎, 은행잎의 빛깔을 기억한다.
비오는 날 세상의 빛깔은 깊게 젖어든다.
더욱 깊게 울려오는 세상...

눈물이 넘쳐 흐르는 날도
우리 존재의 깊은 무엇인가가
울려온다, 그 미세한 떨림까지...

허나 언제부터 였을까?
커다란 우산을 바람에 빼앗기지 않으려 애쓰고
잰걸음으로 비를 피해
걸어가기 바쁘게 된 것이...

그 깊은 빛깔과 떨림을
잠잠히 느끼고 지켜볼 여백을 잃은 것일까?
쏟아지는 빗 속을 우산 없이 거닐고
흠뻑 젖어들던 가슴을 잃은 것일까?

눈물이 줄어가면서
우산 없는 빗 속의 산보도
줄어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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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ing Nude Girl] - Egon Schiele(1890-1918)

"내게 예술이 없었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생을 사랑한다. 나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의 심층으로 가라앉기를 원한다"

 

이렇게 말한 쉴레는 소녀의 육체에서 흉물스럽게 일그러진 선과 탁하고 무거운 색을 보았다. 말 그대로 "몰골"을 본 것이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의 심층을 응시하려 한 쉴레가 소녀의 심층에서 본 것은 무엇일까? 고통과 절망, 허무함에 지칠대로 지친 존재의 연민? 모든 살아있는 존재의 생동감 속에 감춰진 주검의 그림자?

 

적어도 나는 이 그림 속에서 봄에서 겨울을 보고 겨울에서 봄을 보는 시선을 느낀다. 그 민감하고 여린 시선을. 부드럽고 고운 소녀는 노파의 죽어가는 육체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시선은 동시에 노파의 시든 육체, 그 몰골 속에서 소녀이 설레이는 육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소녀의 민감하고 여린 시선만이 시든 죽음과 거기에서 움트는 생명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선 그런 깊은 시선이, 애정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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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추적 내리는 비와 후덥지근한 더위, 끈끈한 몸...
표정이 일그러지고 마음마져 끈끈하게 굳어지기 쉬운 날씨다.
하지만 마음 속에 아름다운 불꽃 하나
꺼지지 않는다면
그 짜증스런 풍경도
아름답게 볼 수 있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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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ean Breeze]  by Lee Mothes

신선한 바람 스며드는 아늑한 쉼의 풍경
차 한 잔 맛보던 님은
창 밖의 아름다움, 그 매력에 끌리고 끌리다
결국 참지 못하고 홀린듯 자리를 비운 걸까?
기다리던 님의 그림자를 발견하곤
설레이는 마음으로 마중나간 걸까?

나른하게 누워있는 고양이, 커튼을 매만지는 부드러운 바람의 손길,
그리고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과 남겨진 푸른 잔은
그 잔을 매만지던 님이
저 창 밖의 평화로운 숲과 바닷가를 여유롭게 거니는 모습을,
혹은 사랑스런 님과 다시 만나고 있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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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7-2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군요.퍼갈게요.
 


"Space Between Real and Unreal"-EIMU ARINO

횟집 2층에 비친 찬란한 햇발 아래 가볍게 사라지는 말들, 말줄임표; 창백한 허공으로 끊임없이 사라져 가는 말...
그런 가벼운 증발이 실은 검푸른 수면 아래에선
묵직한 폭뢰로 가라앉고 있었던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처절한 현실과 몽롱한 비현실 사이에서 노니는 산보...이젠 발과 바지를 적시는 파도조차 귀찮아지는 게 아닌지...

현실과 비현실, 진실과 사실의 경계를 오가며 노니는 그네.
땅에 발이 닿지 않을 만큼 깊은 물 속으로 가버리거나
거칠고 매마른 땅만을 딛고 살아가 버리거나
우리의 일상은 그렇게 치우치기 쉬운 것 같다.
그 경계를 즐겁게 노니는 삶의 깊이,
그 깊이에 대한 목마름이 마비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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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y814 2004-07-0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너무 근사하네요..
요즘 같이 지칠때, 이런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저 그네에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사람들이 타야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글쎄.. 영화"피아노"의 이미지와도 비슷하고..

부산에 갔던 기억이 나네요.. 부산 어딘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모래사장이 아니라,, 돌들로 이루어진 바닷가 였어요. 쭈그리고 앉아 있는데..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빠지는 데, 돌사이로 물이 빠지는 소리가 너무 좋아서 계속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나요.. 정동진의 머리 아플 정도의 강렬한 햇살 아래서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고, 배낭여행때, 스위스의 인터라켄이었던가.. 빙하가 녹은 회색 강물을 바라보며..모래 위에 좋아하던 사람 이름을 써 놓던 기억도 나고...

사람 사이에서 지치고, 사람사이에서 외롭고, 그런데 저 사진 덕에 마음을 많이 다스리고 갑니다.

타도 히브리어!!!

ps 사진 퍼 갑니다.

물무늬 2004-07-0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여러 가지 상상을 자극하는 사진이어서 퍼왔어요.
작은 위로라도 되었다니 진심으로 기쁩니다.
영상 이미지의 매력에 끌리곤 합니다.
잡스런 말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제게 시원한 바람같아요.
제 안에 누군가가 그 이미지들을 통해서
제게 많은 사연들을 들려주는 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