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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렬 작, "waterdorp"

자화상

-신현림-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 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닦는다.


**************************
일순간에 내 마음을 앗아간 시.


슬픔과 눈물의 심연,
그 바닥에 가닿은,

바람과 하늘
다시 만나려면
그 깊이 만큼의 부력에
물기없는 몸
맡길 수밖에 없는,

죽음의 깊이만큼
주검이 얕아지는,

그 자화상을 마주하며
내 얼굴을 만져본다.
작은 창문,
아니 작은 틈이라도 있기를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 닦는
그녀를 훔쳐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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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8-2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무늬님, 가을이 성큼 다가왔네요.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이 시와 그림, 참 좋으네요. ^^
 


김창렬 작, "recurrence"

그래, 그랬다.
오래전 그날이 "다시 일어나는"

광야의 갈라진 피부에
핏빛 노을 두근 거리고
먼지 가득 메마른 눈시울에
아련한 한 방울 맺히고

꼭 그만큼 다시 목마른
그래,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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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8-21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창렬의 물방울은 볼 때마다 신기해서 한번 만져보고 싶어져요.^^

물무늬 2004-08-2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처음 그분의 그림을 봤을때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보고 싶은 욕망이 일어났었죠^^:
님의 흔적 많이 반갑고 감사해요^^
 


Susan Rios 作 [Summer Breeze]

끝없이 일렁이는 파도
부서지고 부서져도
닿을 수 없는 그곳에
바람 한 자락만 보낸다.

맥없이 바람만 닿아
저 여인의 치맛자락
힘없이 흔들릴 듯
불안한듯 스러질듯

질근 감은 눈시울엔
가득 고인 물거품만
맺힌듯 선 자리엔
부서진 파도만

흔들리는 뒷모습
바람향해, 파도향해
꽃대만 스러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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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dimir Kush 作,  [stopped moment]

문득

 

멈춰버린 시계들
헝클어진 침대 밑
심연 속에 뒤척이고

먼지 쌓여 희미한 시간
깊이 박힌 못의 순간
뽑을 수 없는 파편

무심한 먼지 털어내고
시계추 가녀린 목, 매달아 흔들어 본다.
시계추 차가운 몸, 입맞춰 흔들어 본다.

멈추면 흔들고 흔들리면 멈추고
멈춰도 흔들리는 시선
흔들려도 멈추는 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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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에 대하여



땀과 기름에 절어가며

낡아

빛바래고

너덜너덜해지는 작업복



벗이여

새로움이란

새옷을 갈아입는 것이 아니네.

이렇게 거짓 없이 낡아가는 것이네.



-김해화, <누워서 부르는 사랑 노래> 중에서


거짓없이 내 존재가
그대로 변해가는 새로움,
낡음과 늙음
그것이 내게 있어서
진정한 새로움이 아닐까?

사랑받던 주전자가 낡아져 버림받았을 때
전에 없던 새로움이 찾아든다.
물이 아닌 흙과 꽃을 담는 새로움
생명을 나눠주다가
이젠 생명의 터가 되어주는...



그렇게 거짓없이 자연스레 낡아가기를....

2004. 8. 3. 하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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