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yan Evans, [Wet Walk in Kelvingrove Park]

비에 젖은 단풍잎, 은행잎의 빛깔을 기억한다.
비오는 날 세상의 빛깔은 깊게 젖어든다.
더욱 깊게 울려오는 세상...

눈물이 넘쳐 흐르는 날도
우리 존재의 깊은 무엇인가가
울려온다, 그 미세한 떨림까지...

허나 언제부터 였을까?
커다란 우산을 바람에 빼앗기지 않으려 애쓰고
잰걸음으로 비를 피해
걸어가기 바쁘게 된 것이...

그 깊은 빛깔과 떨림을
잠잠히 느끼고 지켜볼 여백을 잃은 것일까?
쏟아지는 빗 속을 우산 없이 거닐고
흠뻑 젖어들던 가슴을 잃은 것일까?

눈물이 줄어가면서
우산 없는 빗 속의 산보도
줄어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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