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Nude Girl] - Egon Schiele(1890-1918)

"내게 예술이 없었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생을 사랑한다. 나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의 심층으로 가라앉기를 원한다"

 

이렇게 말한 쉴레는 소녀의 육체에서 흉물스럽게 일그러진 선과 탁하고 무거운 색을 보았다. 말 그대로 "몰골"을 본 것이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의 심층을 응시하려 한 쉴레가 소녀의 심층에서 본 것은 무엇일까? 고통과 절망, 허무함에 지칠대로 지친 존재의 연민? 모든 살아있는 존재의 생동감 속에 감춰진 주검의 그림자?

 

적어도 나는 이 그림 속에서 봄에서 겨울을 보고 겨울에서 봄을 보는 시선을 느낀다. 그 민감하고 여린 시선을. 부드럽고 고운 소녀는 노파의 죽어가는 육체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시선은 동시에 노파의 시든 육체, 그 몰골 속에서 소녀이 설레이는 육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소녀의 민감하고 여린 시선만이 시든 죽음과 거기에서 움트는 생명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선 그런 깊은 시선이, 애정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