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에 담긴 폭력을 자주 경험한 이들이라면, 무차별적인 감정이입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라면 그의 글이 반가울 것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감정이입하고, 그것을 통해 연대의 힘을 확인하는 것은 분명 뿌듯한 경험이며, 소설은 가상의 세계에서 그 뿌듯함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장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남이고, 각자가 가장 확실하게 전할 수 있는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밖에없다. 그 사실에 무감한, 혹은 ‘더 큰 이유‘를 들이대며 그 사실을 외면하는 이들의 연대는 환상일 뿐이며, 섣불리 ‘우리‘를칭하면서 공통의 언어 (라고 하지만 사실은 권력을 가진, 혹은 가지고 싶어 하는 쪽의 언어)로 타인의 경험을 재단하는 것은 폭력이다. ‘각자의 모습을 유지한 우리여야만 우리의 연대도 더욱 확고할 것이다. - P205